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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un 07. 2024

니 한계는 거기까지야!

99% 인간라 해도

정교함 vs 단순함.


나의 취향은 단연 단순함이 승이다.

단순한 것에서 더 깊고 복잡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해보다는 달, 다보탑보다는 석가탑, 장미보다는 목련

면보다는 선, 정밀화보다는 스케치...

 

크로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단순함이 주는 매력의 최고를

경험하고 있다.


1분 30초, 길어야 3분이내 이루어지는 선의 움직임 안에서

얼마나 많은 강함과 약함, 밝음과 어두움, 가까움과 먼 곳이 있는지...


이 선들을 통해 나는 무엇을 그리는 것일까? 

짧은 시간, 수 십장의 인체 그림을 연속해서 그렸다.






정확하게 3분이 끝나면 모델은 바로 다음 동작을 취하며 시간을 재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그리는 와중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몇 개 되지 않는 이 단순한 선들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머리부터 가슴, 허리, 다리, 발끝까지의 인체 묘사?

비례? 중심? 동세? 모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그림을 그렸지만, 아마도 동시에 나를 "돌보고" 있었던 것 같다.


선이 획~~ 지나갈 때 나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후련함을 느끼고,

목탄을 쥔 손의 강, 약을 조절할 땐 마치 선 위에서 춤을 추듯 내 감정도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한다


나는 AI를 이용해서도 스케치를 해 보곤 했다.

다음 두 그림 중 어떤 것이 AI가 만든 스케치일까?  직접 그린 스케치를 어떤 것일까?

(그림의 완성도는 차마 생각지 말아주시길....TT)








그렇다. 조금은 어설퍼도 나는 두 번째 그림이 좋다.

선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그 순간 느꼈던 "마음의 움직임"이 지금도 느껴진다.


AI 그림이 주는 매력은 '의도치 않은' 놀라운 표현일 때가 많다.

때문에 나는 고민하고 연구한 프롬프트를 넣어 그림이 생성되는 그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내가 의도하고, 예측했던 프롬프트의 언어를 가지고,  AI는 과연 어떤 매력을 더해줄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크로키를 그리며 나는 어쩌면 AI가 절대로 해 줄 수 없는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리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이런 생성형 AI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AI가 가지게 될 한계가 아닐까?

인간의 마음은 얻을 수는 없다는 것.

마음을 '흉내'낼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를 가질 수는 없다는 것.


빌 게이츠는 "AI는 인간의 99%가 될 것"(주간조선, 20024.3.2,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56)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아마도 죽는 날까지도 감히 100%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도, 그 누구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이 신비스럽고 놀라운 힘을 가진 마음, 우리의 영혼...

그 누구라도 이런 인간의 마음, 영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오롯히 느낄 수 있는 크로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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