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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an 14. 2023

마케터들과 만난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지푸라기 클럽  오픈스터디 홍성태 교수 저자 강연!

1월 11일, 마케터들의 공부모임 지푸라기 클럽과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오픈 스터디가 열렸습니다. 

지푸라기 클럽의 멤버들과 독자 50분을 모셔서, 줌으로 홍성태 교수님의 저자강연을 듣고 질문도 하는 시간이었는데요. 고맙게도 그중 한 분이 교수님의 미니강연을 글로 풀어주셨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못 들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 인트로 

네, 저는 한양대에서 평생 브랜딩 마케팅 이런 거 가르치다 몇 년 전에 조기은퇴했어요. 그리고 일반인들을 위해서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10년 전에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을 썼어요. 그게 이론서였다면 이번엔 실천서라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카스, 테라, 클라우드 짤방) -> 새로운 맥주를 '테라'라고 부르니까 존재가 됐잖아요, 맥주가 된 게 아니라. 그래서 네이밍이라고 그러죠. 이렇게 하는 것이 브랜딩의 기초에요.


1. 이름은 모든 것이다

청정라거 시대를 개막한 테라도 벌써 나온 지 3년이 됐어요. 이게 얼마나 잘 팔리는지 혹시 아세요? 지난 3년 동안 23억 병이 팔렸어요. 이 정도면 하루에 236만 병, 1시간에 10만 병씩 팔리는 거죠. 1초에 27병인 거고. 테라가 왜 이렇게 잘 팔릴까요? 이전엔 사람들이 '소맥'을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이니까, 테라는 처음부터 소맥에 최적화되게 만들었어요. 탄산을 조금 더 넣고 도수도 조금 더 낮추는 식으로. 이젠 회식하면서 꼭 그러잖아요, '테슬라로 할까?'. 이런 소맥을 테슬라라고 함으로써 존재가 된 거에요. 이 이름이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 마음에 존재하게끔 퍼나르고 가꾸며 다듬는 모든 걸 우리는 브랜딩이라고 해요. 진로 좋아하시는 분들은 '테진아'라고 부르죠.


그렇게 보면, 세상만물 존재는 이름 붙이기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노자 <도덕경> 1장에 보면,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무명천지지시, 유명만물지모' -> 천지의 시작엔 이름이 없었으나, 이름이 있음으로써 만물의 모태가 된다. 이렇게 노자 도덕경에도 이름 붙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가 나와있죠. 성경 창세기도 마찬가지에요.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가르시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넓은 공간을 하늘이라 부렸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내용이 쭉 나와요. 2장으로 가면 아담이 모든 생물에게 이름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이렇게 보면 이름 붙이는 내용이 항상 처음에 나오죠. 유발 하라리는 "조물주가 사피엔스에게만 부여한 능력이 이름을 붙임으로써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사피엔스>에 썼어요. 이런 걸 브랜딩이라고 하는 거고요. 


한국 기업이 미국에 가서 상장하는 것도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쿠팡=오늘 주문 내일 도착을 로켓배송이라고 이름 붙여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고 지금까지 성장했죠. BTS의 팬은 우리가 아미라고 하지, BTS 서포터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요. 아이돌들은 모두 팬클럽 이름이 다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서포터즈라는 이름을 쓰죠. 배민도 예외 중 하나에요. 사규나 영업 이념도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고 이름을 붙이죠. 자기 나름의 이름을 다 붙여갔어요. 이젠 일하는 방식조차도 효과적으로 공유하려면 나만의 이름을 붙이는 게 중요해요.


2. 브랜딩은 무엇인가?

유명만물지모. -> 이름이 있음으로써 만물의 모태가 된다. 이름을 붙여 나만의 존재를 만드는 일. 그게 브랜딩의 시작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딩의 끝은 뭘까요? 각자 한 번 떠올려보세요. 사막은 어떤가요? 목마르고 뜨겁고 건조하죠. 히말라야로 한 번 가 보세요. 아주 춥고 사방엔 눈 뿐이죠. 해저 2만리로 가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심해겠죠. 근데 여러분들 중에 정말 그 곳을 가 본 적이 있나요? 우린 가 본 적 없지만, 머리에 떠올릴수는 있어요. 다시 말하자면, "자기의 생각이라 믿지만 누군가가 심어주어 고정관념화 된 것." 

영어로는 인셉션 (Inception)이라고 합니다. 왜 이럴까요? 우리가 세상의 모든 걸 경험할 수는 없으니까, 남이 준 것도 내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많기 때문이에요. 이걸 잘 활용하는 게 브랜딩에선 아주, 아주 중요합니다. -> "브랜드의 의미 (씨앗)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심어주어 고착개념화하는 것." 이것이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대표적인 게 오리온 초코파이와 정이죠. 아무 상관 없는 둘이지만 우리에겐 고착개념화된 것이에요. 고착개념화 = 더 이상 브랜드에 대한 생각 없이 구매하는 상태. 아침에 출근하는 데 커피 한 잔이라고 하면 우린 어지간하면 스벅 가잖아요? 그게 대표적이에요. 저녁에 찌개 끓이는데 두부 떨어졌으면 풀무원 사고, 손톱깎이 필요하면 쿠팡에서 사죠. 모두 고착개념화의 대표적인 예시이자, 브랜딩의 끝이기도 합니다. 비싼 것들도 마찬가지에요. 애플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알아서 줄을 서고 밤을 새죠.


정리해보면, 브랜딩의 끝은 고착개념인 것 같아요.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을 잘 읽어보시면, 이걸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조금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요즘은 빵이 맛있는 게 너무 많잖아요? 한국에 정식으로 등록된 브랜드만 8만 개가 넘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성당, 태극당, 오월의 종 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게 있죠. 물론 맛도 좋지만, 차별화 게임에서 승리한 브랜드들입니다. 실질적 차별화는 품질로 차별화하는 거지만 금방 따라잡혀요. 그래서 인식적 차별화도 필요한데, 여기서 고착개념이 필요한 거죠.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에게 서울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예전의 저는 500년 역사 같은 걸로 설명하려 했지만 30초만 지나도 관심이 꺼지는 게 보여요.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죠. 저는 "도쿄 같은 곳이야"라고 해요. 안 와 봐도 이국적인 아시아의 도시라는 점이 비슷하니까. POP (Point of Parity), 유사점을 먼저 말해주는 거에요. 그다음에 차이점, POD (Point of Difference)를 언급하는 거고요.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볼게요. 비타500이라는 제품이 처음 나오면 이걸 어떻게 각인시켜야 할까요? 비타500은 박카스D 같은 강장제라는 걸 먼저 언급했어요. 이 카테고리를 잘 잡는 게 아주 중요한 거죠. 비타500에서는 처음 출시 됐을 때 대놓고 박카스D 병처럼 만든 게 POP였어요. 동시에 POD는 젊은이, 여성도 마신다는 점을 소녀시대를 모델로 기용해서 알려줬고요. POP와 POD를 잘 활용하면 이처럼 효과적으로, 직관적으로 브랜딩을 할 수 있어요.


LG생활건강의 후 제품도 좋은 예시에요. 설화수 화장품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외국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고요. 고정관념 상에서 '한방 화장품'인 거에요. 후도 한방 화장품인데 이것만 강조해서는 설화수를 깰 수 없겠죠. 차석용 부회장님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야겠다 생각하고, 신의 한 수로 '궁중 한방'이라는 POD를 내세웠어요. 스토어도 궁궐 느낌이 나게 디자인했고요. 시진핑이 2005년에는 저장성의 당서기였는데, 한국에 방문해서 LG전자를 방문했대요. 이후에 LG생건에서 명절 때마다 시진핑에게 후 제품을 그냥 계속 보냈어요. 이후 2014년이 돼서 국가주석이 되고, 펑리위안과 같이 한국을 찾았을 때 기자들이 한국 제품 뭐 쓰냐고 물어본 거죠. 펑리위안이 후 쓴다고 대답을 했고, 화장품 하나만으로 2조가 넘는 가치를 쌓았어요. 원리로 살펴볼까요? 후는 설화수 같다는 POP가 있어요. 하지만 궁중에서 쓴다는 POD가 있죠. 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심어준 거에요.


익숙한 것에 유니크함을 더하세요. 무조건 차이점만 얘기하지 마시고. POP와 POD 개념을 생각하세요. POP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고착개념을 뜀틀 (Stepstone)로 활용하고, POD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 이유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생소한 대학인 INSEAD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요. INSEAD는 하버드 같은 곳이에요 (POP). 하지만 유럽에 있죠 (POD). 그래서 하버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유럽 여러 국가를 돌아다닐 수 있어요. 자, 이전처럼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하기 쉽죠. 더 기억 잘 나게 해드릴게요. INSEAD는 <블루 오션>을 쓴 김희찬 교수가 근무하는 곳입니다. 확실하죠?

룰루레몬도 살펴볼게요. '요가복의 샤넬'이라는 표현으로 유명하죠. 누가 처음 만들었든 상관없어요. 사람들의 머리에 명확하게 남는 게 브랜드가 할 일이죠. 블루보틀도 볼까요? 미니멀한 디자인, 시크한 감성 분위기의 카페라고 설명하면 감이 잘 안 오죠. '그러면 스타벅스하고 어떻게 달라?' 이렇게 물어볼 거에요. 그러면 우리는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블루보틀은 애플같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표현이 기사에서도 많이 쓰이는 거고요.

디딤돌에도 대체적, 상징적 크게 두 가지를 활용할 수 있어요. 비타500, 후 같은 것들은 기존 제품을 대신하는 제품이죠. 룰루레몬이나 블루보틀은 샤넬 같은, 애플 같은 상징을 빌려온 거고요.


3. 브랜딩의 목표

브랜딩의 궁극적 목적은 브랜드 확장 (Brand Extension)이에요. 예전같진 않지만, 맥도날드가 지난 60년 가까이 세상을 지배했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볼게요. 사실 햄버거는 표준화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브랜드는 어디에서나 비슷한 수준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햄버거는 생각해야 할 게 많거든요. 그래서 맥도날드가 주목한 게 프렌치 프라이였어요. 요즘은 꼭 그렇진 않지만, 오랫동안 프렌치 프라이 = 맥도날드였어요.

우리가 브랜드를 확장한다는 건 제품 카테고리를 늘려가는 건데, 여기엔 요령이 필요해요. 수익성의 높고 낮음과 전시성의 높고 낮음을 두 축으로 해서 포트폴리오를 생각해보세요. 맥도날드에게 햄버거는 홍보용이에요. 전시성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죠. 실질적인 대표주자는 프렌치 프라이에요. 청량음료는 전시성은 낮지만 수익은 되죠. 이게 생각보다 돈이 꽤 되거든요. 생선버거나 샐러드 같은 구색, 시험용 제품은 전시성과 수익성이 모두 낮은 것들. 이 밸런스를 잘 맞추는 기업들이 업종 막론하고 마케팅 잘 하는 기업들이에요. 강약중강약을 아주 잘 맞추는 거죠.

여기에서 핵심은 시그니쳐 아이템을 만드는 거에요. 역전할머니맥주 가보셨어요? 한밤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요. 왜 저렇게 잘 될까 찾아보니, 가맹점 평균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더라고요. 창업이 2016년인데 말이에요. 찾아보니까 창업자가 역전엘베강이 맥주를 친절하게 따라줘서 유명한 곳이에요. 그래서 창업자가 찾아가서 할머니에게 허락을 구하고 이름을 빌린 거죠. 홍보용 제품은 살얼음 생맥주로 잡았어요. 실질적인 판매용 제품은 버터구이 오징어 등 안주가 담당하고요. 물론 일반 맥주도 판매해요. 시험용으로는 청량 음료수, 꼼부차 등이 있고요. -> 다시 강조하지만, 역전할머니맥주는 '살얼음 생맥주'라는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대세감을 창출했어요. 대세감은 간단한 개념이에요. "너 그거 아직도 안 해봤어?" 이 말 나오면 대세감이에요. 이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4. 마케팅 관점에서 브랜딩이란? (방법)

KFC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죠. 근데 이게 왜 켄터키일까요? 창업자인 커널 샌더스는 인디애나였어요. 첫 번째 프랜차이즈는 솔트레이크에서 열었어요. 하지만 미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켄터키는 전원 풍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그 이미지를 빌려온 거죠. KFC하면 떠오르는 맛있는 치킨이라는 컨셉을 위해서 켄터키라는 이름을 가져온 거에요.

컨셉 = 이미지 = 퍼셉션 (인지, 인식)인데, 우리 모두 각자의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죠. 우리 이름 석 자도 브랜드에요. 운동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왜 좋은가요? 우리 국가라는 브랜드를 관리해 줬기 때문이에요. 인식하든 안 하든, 누구나 매 순간 하는 게 브랜드 관리입니다. 그래서 삶의 모든 일이 '브랜드 컨셉 관리'의 과정일지도 모르겠어요. 브랜드 컨셉 관리를 한 마디로 줄인 게 브랜딩인 거고요. 그래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입니다. 제가 책의 제목을 굳이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고 지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브랜딩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컨셉팅. 여러분 브랜드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컨셉이 무엇인지 꾸준히 관리하는 거에요. 제가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교수님 이름의 컨셉은 무엇인가요?"라고요. 제가 교수같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답변을 드렸는데, 나중에 올라온 칼럼에 <교수 같지 않은 교수가 내 브랜드>라고 써 주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최고의 칭찬이고, 정말로 제 컨셉이 됐어요. 그 컨셉을 이어주는 게 체험 (Experiencing)이고요. 컨셉팅은 어떻게 제품이 의미를 입힐 것인가?를 7C로, 체험은 브랜드에 어떻게 재미를 더할 것인가?를 7E로 정리한 거죠.


5. 마무리를 해볼까요?

모비브가 원리와 이론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은 실무 처방처럼 쓴 책입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멋진 브랜드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최진수 (@the_voyager141)



영혼, 즉 어미를 잊고 그저 어떻게든 매출만 올리려다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경우를 많이 봐. 지속성이란 변화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되 어미를 잃지 말라는 뜻이야. 영혼이나 핵심가치, 어미, 업의 본질... 이 말들은 모두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화하되, 뿌리를 잊지 않아야 흔들리지 않고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맥락을 내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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