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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an 29. 2023

브랜드로 남기 위한 질문들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저자 홍성태 교수와 묻고 답하다 


북스톤에서는 '문장클럽'이라는 트레바리 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3주차에는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홍성태 저자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토크는 아니지만, 브랜딩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하는 동안 또 많은 것을 느낀 자리였어요! 그중 일부를 정리해 독자분들과 나누어봅니다. 


1>브랜딩을 하지 않는데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서 비즈니스를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에게 브랜딩의 필요성을 설명해주고 싶은데,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라는 걸 했어요. ‘집에 텔레비전 있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집에 자동차 있는 사람은?’ 그런 조사를 왜 했을까요? 그때는 집에 텔레비전 있는 사람이 몇 명 안 되었거든요. 지금은 어때요. 누구나 집에 텔레비전을 갖고 있죠. 한마디로 요즘은 누구나 브랜드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해요. 브랜딩은 경쟁자가 없으면 필요없습니다. 이때 브랜딩은 아이덴티티예요. 사업이 잘되든 안 되든 우리는 브랜딩을 해야 합니다. 내 정체성, 내 브랜드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 거예요. 


2>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책의 본질을 지키는 게 점점 어렵게 느껴져요. 과거에는 책으로 정보와 재미를 얻었다면 지금은 유튜브 등 책을 대신하는 매체들이 많잖아요. 책의 역할이 이제는 저자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해야 업의 본질을 지키면서 계속 변화할 수 있을까요? 


일관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봐도 책 만드는 일은 쉽지 않죠. 우리 출판사다운 책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저자 개인의 개성도 살려야 하고요. 펭귄북스라는 출판사 아시죠. 그들이 만든 모든 책에는 펭귄이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펭귄북스에서 출간하는 다른 장르의 책은 컬러가 살짝 달라요. 펭귄북처럼 보이는데 구별은 되죠. 쉽게 말하면 ‘따로 또 같이’예요. 따로 접근하되 전체적으로 흐르는 맥이 같아야 하는 것, 이게 정말 어렵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은 바꾸라는 것도 마찬가지죠(“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 변화는 중요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변해요.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Mid-life Crisis)라는 말이 있는데, 중년이 되면, 자신의 지난 삶에 후회를 느끼며 정체성이나 생활방식을 갑자기 바꾸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끼는 걸 말하죠. 연인 사이는 어떤가요. 오래 사귀면 상대방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상대가 확 변해버리는 건 또 싫잖아요. 
그런데, 혹시 그거 아세요? 우리가 겨울과 여름에 마시는 맥주는 달라요. 겨울의 맥주는 점도가 높아요. 끈적끈적하죠. 여름 맥주는 점도가 낮아요. 조금씩 맥주맛에 변화를 주는데 저희가 모르는 거죠. 맥주라는 본질은 같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본질을 잘 지킬 수 있을까요. 처음에 카테고리를 잘 정해야 해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 아시죠. 이 책에서는 결국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걸 밝혀낸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쓴 책이죠. 반면 우리는 모두 어류라는 카테고리를 머릿속에 이미 갖고 있어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죠. ‘차는 원래 맛이 좀 심심해….중국 사람들은 원래 이래, 서점은 원래 이런 곳이야…’ 이런 고착개념(고정관념)을 통해 우리는 은연 중에 범주화를 합니다. 그 범주화, 카테고라이징을 처음에 잘 정하고 사람들의 고착개념을 활용하면, 본질을 지키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내가 하는 일을 처음에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까요?  생각해보세요. 


3>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을 응축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Key copy를 찾아내는 게 저(마케터)의 일인데요. 

여러분이 일하는 브랜드(회사)의 특징이나 장점, 단점을 7가지만 적어보세요.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적어봐도 좋아요. 그리고 이걸 또 절반으로 줄여보세요. 이합집산을 하다 보면 응축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단어가 나올 수도 있어요. 그걸 동물에 비유해도 좋고, 추상명사에 비유해도 좋고, 서정적인 단어로 만들어도 좋아요. 이것은 업의 본질이나 컨셉을 잡는 것과는 달라요. 나의 응축된 표현을 찾는 일이죠. 


4>어른이 되면 반드시 ‘나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힌다는 게 꼰대가 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나만의 철학인지 개똥철학인지 도무지 헷갈리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매출이 중요하냐, 브랜딩이 중요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해와요. 처음에는 무엇보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요. 무언가를 엄청 잘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잘 쓸 수 있는 제품이요.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이걸 왜 하지?’ 하면서 브랜드의 컨셉을 고민하고 잡아가죠. 그런데 다음날 보면 생각이 또 달라져요.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어떻게든 제품을 완성해가죠. 그러면 결국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주는 시간이 와요. 매출이 좀 나온다 싶으면 무얼 하나요. 엔젤 투자도 받고, 시리즈 A 투자도 받죠. 그다음에 회사를 키워가면서 브랜딩, 디자인이나 홍보에 더 돈을 쓰죠.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컨셉은 계속 잡아나가는 거거든요. 자기 길을 가다 보면, 보일 때가 있어요. 결국 한 길을 걷다 보면 나만의 컨셉을 만나게 됩니다.  


5>개인화의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해지고 ‘니치시장’을 공략하라고들 합니다. 좁고 뾰족하게 기획하라고도 하고요.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는데, 너무 작은 시장을 노리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니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는 대신 나만의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거거든요. 좁고 뾰족하게 접근하라는 건 타당한 이야기지만, 그러려면 시장이 충분히 커야 해요. 그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수준도 인구 수도 적죠. 결국 니치마켓에서 어느 정도 성장하려면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어요. 니치 중에 살아남는 니치도 있어요. 선망하는 사람들이라는 니치죠. 고객이 선망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게 만들어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할 만한, ‘가령 이효리라면 이거 살 거 같아!’ 하는 마음을 심어줘야죠. 2030여성이 선망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들이 선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요? 윤여정을 지그재그 모델로 쓴 것도 그 때문이죠. 
결국 고객이 무얼 원하는지를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다만 이때 ‘타깃 고객’을 바라봐야 해요. 고객이란 존재는 막연하죠. 우리 브랜드를 알리려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객이 나라고 착각에 빠질 수 있어요. 타깃 고객을 중심으로 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6>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브랜드 중심적인 사고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고객이 쓰는 제품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그 브랜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죠.
이를테면, 제품 베이스와 브랜드 베이스예요. 밀키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과 프레시지 중심으로 생각하는 건 다르니까요. 


7>교수님이 보시기에, 최근에 유독 잘한다고 느끼는 브랜드가 있나요?

성수동의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를 만든 김재원 대표님이 정말 감각적이라고 느껴요. 카페 ‘자그마치’로 지금의 성수동 분위기를 이끈 분이기도 하죠. 가수 어반자카파의 박용인 님이 만든 블랑제리뵈르도 잘한다고 보여져요. 버터맥주인 뵈르맥주에 이어서 소주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8>브랜드가 유명해지는 건 좋지만, 너무 빨리 소비되는 브랜드도 있잖아요. 갑자기 너도나도 입는 옷이 된다거나.. 그럴 때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랜드는 결국 3가지로 나뉘어지지 않나 싶어요. function, face, fun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자신의 강점에 따라 브랜드 전략을 펼칠 수 있어야죠. 아무래도  function이 중요한 브랜드는 가격이죠. 박리다매 전략을 펼칠 수 있고요. face가 중요한 브랜드는, 브랜드가 막 팔려고 하기보다 절제할 줄 알아야 해요. 판매는 절제하고, 가격은 비싸게 받고요. fun이 중요한 브랜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살아남죠. 


9> function, face, fun를 전부 잘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포커싱을 맞춰야 할까요?

하나만 줄창 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돼요. 가령, 포르쉐는 fun에 가깝죠. 하지만 function도 굉장히 강해요. 하나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쫓아옵니다. 무엇보다 성공하는 브랜드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지속성이에요.  


10>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음보다 다름>에서는 차별화를 주제로 ‘better is not enough’를 강조했어요. 
이번 책에서는 아이젠하워의 명언에 빗대어 “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라고 이야기합니다. 브랜드 컨셉을 멋지게 정해서 웹페이지 첫 화면에 올려놓는 게 능사가 아니고, 컨셉을 정리하고, 응축 해보고,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자는 거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루하루 소중하게 브랜딩하다보면 어느 순간 좋은 내가 되어간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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