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지속가능한 모임으로 가는 여정

함께 오래 걷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거리

by 서수정

리더의 자리는 늘 고독했다
사람을 이끈다는 것은 언제나 기대와 책임 사이의 줄타기였다.
리더의 자리는 따뜻한 감사와 차가운 비난이 공존하는 자리다.
누군가는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지만, 또 누군가는 이유 없이 마음의 화살을 쏘아온다.
그 두 감정이 한날한시에 내 마음을 스친다.
잘하려던 마음이 오히려 오해로 돌아올 때면,
내 안의 중심이 흔들린다.
누군가는 “리더니까 단단해야죠”라고 말하지만,
그 단단함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찾는 끝없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나는 자주 이 질문 앞에 선다.
누군가를 돕고 싶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 모임을 완벽하게 이끌고 싶은 욕심이 끼어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의 방향을 다시 고쳐 잡아야 한다.
리더는 결국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단단히 붙잡지 못하면,
그 어떤 공동체도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와 거리, 그 미묘한 균형
모임은 신뢰 위에서 자라지만, 그 신뢰는 경계가 있어야 오래 지속된다.
리더가 멤버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그들을 시험대에 올리듯 평가하려는 마음을 품는다면
그 순간부터 공동체의 에너지는 흐려진다.
모임은 누군가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한 정원이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위험하다.
지나친 친밀함은 종종 사생활의 경계를 허문다.
서로의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 일은 처음엔 따뜻하지만 언젠가 피로와 오해를 남긴다.
그래서 나는 많이 배웠다.
적당한 거리는 냉정함이 아니라 존중의 또 다른 형태라는 것을 말이다.
거리가 있기에 우리는 서로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
신뢰란 울타리를 허물 때가 아니라, 각자의 울타리를 인정할 때 피어난다.

떠남과 남음, 그 사이의 배움
나는 한동안 멤버들의 마음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았다.
그들의 고민을 듣고, 슬픔을 나누며, 어떻게든 그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랐다.
그들의 눈빛이 조금만 밝아져도 마음이 뿌듯했고,
그들의 아픔이 깊어지면 내 밤도 깊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이 아무 말 없이 떠나갔다.
그 순간의 허탈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내가 나눈 진심은 공기처럼 흩어져버린 것 같았다.
‘내가 잘못한 걸까?’
‘내 마음은 그저 이용당한 걸까?’
스스로를 자책하며 며칠을 힘들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사람은 결국 자기의 리듬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누군가는 멈추고, 누군가는 다른 길로 간다.
그건 배신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이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면, 결국 나도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모임은 균형을 잃고 무너진다.
지속가능한 관계는 감정의 주고받음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오래 걷기 위해 필요한 것
지속가능한 모임은 누군가의 헌신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스스로를 돌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지만, 그 속에서도 각자 단단해져야 한다.
리더가 모든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고 믿는 순간,
그 관계는 의존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나는 의사도, 치료자도 아니다.
그저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일 뿐이다.
리더가 스스로의 내면을 돌볼 줄 알아야
공동체도 오래간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힘쓰지 않는다.
대신, 그가 스스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키려 한다.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그런 사람...


함께 오래 걷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걸음을 맞추는 일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우리의 시간은 비록 짧아도 그 안에서 피어난 온기는 오래 남는다.
그게 내가 믿는, ‘지속가능한 모임’의 진짜 의미다.


오래가는 관계는 뜨거운 열정보다,
서로의 온도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피어난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함께 걷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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