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군중의 공간, 파우스트가 흔들린 자리

파우스트 속 공간이야기(3)

by 서수정

파우스트 속 공간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파우스트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공간은 서재다.
책으로 둘러싸인 방, 고독한 사유, 끝없는 질문들.
하지만 괴테는 그를 그곳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파우스트는 거리로 나가고, 광장 한가운데 서게 된다.
왜였을까.
광장은 원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왕의 선언이 울려 퍼지던 자리였고,
장터가 열리고, 축제가 벌어지고,
때로는 분노와 항쟁, 때로는 환호와 열망이 뒤섞이던 장소였다.
도시는 이곳에서 숨 쉬었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고독한 사유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체온이 겹쳐지는 장소로 데려간다.
어쩌면 그는 파우스트에게 지식이 아닌 삶을, 사유가 아닌 세계를 직접 마주하게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광장과 거리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다.
여기서는 혼자만의 생각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 군중의 움직임, 소음과 빛,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마음을 흔든다.
공간심리학에서는 이런 공공 공간이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증폭시키고, 개인의 내면을 집단의 리듬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소라고 말한다.
괴테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서재에서 파우스트는 사유했지만, 광장에서 그는 흔들린다.
기쁨과 공포, 욕망과 허무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먼저 다가온다.
사람들의 얼굴, 웃음, 분노, 환호 속에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세상과 떨어져 있었는지를 느낀다.
광장은 늘 양면적인 공간이었다.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서 학살이 벌어졌던 곳이고,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권력이 군중을 이용하던 장소이기도 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이 모순을 피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묻고 싶었을 것이다.
인간은 군중 속에서 더 자유로워지는가,
아니면 더 쉽게 휩쓸리는 존재인가.

거리와 광장은 개인이 세상과 처음으로 부딪히는 공간이다.
집도 아니고, 서재도 아닌, 생각보다 먼저 감정이 반응하는 장소.
괴테는 파우스트를 그 한가운데 세움으로써
지식의 한계를 시험하고,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파우스트에게 광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유가 시험대에 오르는 무대였다.
혼자 있을 때는 끝없이 높아 보이던 인간의 이성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괴테는 이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광장과 거리는 여전히 그런 장소다.
연대와 분열이 동시에 일어나고, 평화와 폭력이 같은 공간에서 교차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생각하기도 전에 반응하고,
의견을 갖기도 전에 분위기에 물든다.
그래서 괴테는 파우스트를 서재에서 꺼내
광장으로 데려갔는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간의 얼굴을,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보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쯤에서, 우리에게도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오늘,
광장과 거리 한가운데서
얼마나 스스로의 생각을 지키며

서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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