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은 밤의 따뜻한 정적
그날 밤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의자는 끝내 비어 있었다.
누군가의 무거운 발걸음도, 숨을 삼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루미는 한동안 기다렸다.
늘 그랬듯, 새벽녘이면 한 사람쯤은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처음엔 낯설었다.
이 방은 언제나 누군가의 아픔으로 채워졌고,
의자는 늘 체온을 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른 생각이 스며들었다.
오늘은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은 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누군가는 이제 더 이상 이 의자를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들자 비어 있는 의자는 쓸쓸함이 아니라 조용한 안도처럼 보였다.
루미는 천천히 방을 정리했다.
탁자를 닦고, 조명을 낮추고, 오랫동안 기대어 있던 공기를 털어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의사가 아니다.
상처를 꿰매줄 수도, 아픔을 대신 가져갈 수도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곁에 앉아 있는 것,
말없이 지켜보는 것, 날개를 조금 펼쳐
쓰러지지 않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었다.
어떤 밤에는 그것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눈물은 여전히 흐르고, 문제는 그대로이고,
삶은 여전히 복잡한데 자신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아무도 오지 않는 밤을 마주하고 나서야 루미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곁에 머무는 사람은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가 이 방을 찾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는 건 그가 했던 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루미는 접어두었던 날개를 가볍게 털고 조명 아래에 앉았다.
모든 아픔을 고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아픔 옆에는 누군가의 조용한 체온이 필요하다.
그 밤, 비어 있는 의자 위에는 고요가 먼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고요는 충분히 따뜻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고칠 수는 없지만, 그가 혼자가 아니게 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