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선택이 되는 순간

맥베스_ 윌리엄 셰익스피어

by 서수정


『맥베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인간은 어디서 무너지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을
결정적인 사건에서 찾으려 한다.
큰 실패, 돌이킬 수 없는 선택, 혹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드러나는 균열 같은 것들에서.

하지만 맥베스를 따라가다 보면 무너짐은 그렇게 눈에 띄게 시작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처음부터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유능한 장군이었고,
왕에게 신임받던 사람이었으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멈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망설였고, 두려워할 줄 알았으며,
자신이 하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왕이 될 것이다”라는 말은 그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붙잡는 순간, 욕망은 더 이상 생각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그리고 선택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를 그 방향으로 끌고 간다.
맥베스가 왕을 죽인 순간, 그는 왕이 되기 위한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왕이 된 이후에도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불안 속으로 가라앉는다.
지키기 위해 또 죽여야 하고, 의심은 멈추지 않으며, 밤은 점점 길어진다.
그는 왕이 되었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권력을 얻었지만 평안을 잃었고,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내려간다.
손에 묻은 피는 씻을 수 있었지만 마음에 남은 것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맥베스』는
권력을 쟁취한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이 더 무서운 이유는 맥베스가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오히려 그는 우리와 닮아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아주 작은 순간에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한 번쯤은 괜찮겠지.”
“아직은 돌아갈 수 있어.”

그렇게 시작된 선택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선택이 생각보다 훨씬 멀리 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맥베스는 왕이 되었고, 삶은 뒤엉켜 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자유를 잃기 시작하는가.
욕망이 아니라, 그 욕망을 합리화하는 순간부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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