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_욘 포세
모든 것이 여느 때와 같으면서도, 동시에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 변화를 즉시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만 나중에 돌아보면 그때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변화는 경계 없이 온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바로 그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삶과 죽음이 나뉘어 있다고 믿어온 우리의 감각을, 이 소설은 아주 조용하게 흔든다. 어느 한순간을 경계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건너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이 처음 낯설게 느껴진 건 문장의 리듬 때문이었다.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은 끊어지지 않는 호흡처럼 흘러갔고, 그 흐름 속에서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겹쳐지는 것으로 느껴졌다. 과거와 현재,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의식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듯했다.
그래서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는지를 따라가게 만든다.
읽는 동안 두 장면이 오래 남았다.
낚싯줄을 던졌는데 루어가 같은 깊이에 머무는 장면. 그때 친구는 말한다. 바다가 더 이상 자네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설명보다 먼저 감정이 도착했다. 아, 이제는 떠나야 하는구나. 붙잡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이구나. 삶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조용히 밀려나는 순간.
또 하나는 돌멩이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장면. 직선이 아니라 곡선. 올라갔다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내려오는 움직임. 삶 역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작과 끝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고 돌아가는 구조. 그래서 죽음은 끊어짐이 아니라 어떤 곡선의 끝자락에 닿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중심에서 오래 머문 문장이 있다.
"사랑하는 건 다 있다"
처음에는 위로처럼 들렸지만, 곧 질문이 따라왔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잃지 않는 걸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라졌다고 믿었던 사람,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시간, 잊었다고 여겼던 감정들이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다시 떠오르는 경험. 형태는 사라졌지만 감정은 남아 있고, 관계는 끝났지만 그 흔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을 붙잡고 있을 시간은 없지 않을까.
이미 사랑하는 것들만으로도 이 삶은 충분히 벅차고, 충분히 가득 차 있는데.
이 소설은 끝까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고, 규정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의 마지막을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깊게 통과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무언가를 이해했다기보다 하나의 감정이 오래 남는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감각. 사라진다고 믿었던 것들이 어쩌면 지금도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그 감각은, 책을 덮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