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리듬을 찾는다는 건 무엇일까?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는 성실함과 꾸준함, 자기만의 리듬으로 일을 지속하는 태도에 대해 말한다. 나는 달리기를 떠올렸다.
나는 웬만한 일은 잘하는 편이다. 새로운 것도 배우면 금방 익히고 곧잘 해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붙고, 때로는 제멋에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기는 다르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지 못한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같은 시기에 시작한 사람들도 나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 심지어 나보다 늦게 시작했어도 나를 훌쩍 앞서가는 이들이 많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나는 내 부족함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달리기는 나를 있는 그대로의 부족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잘하지 못하고 느리더라도, 내 걸음으로 꾸준히 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하루키가 작가로서 자기만의 리듬을 찾듯, 나도 달리기를 통해 내 속도와 호흡을 배운다.
잘하지 못하고 부족한 그 순간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한다. 겸손을 배우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이 모든 순간을 달리기는 내게 선물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걸음으로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