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장재형 <마흔에 읽는 니체>
니체의 '영원회귀'는 얼핏 들으면 섬뜩하다. '귀'자로 끝나서인지 '영혼회귀'로 읽혀서인지, 단어의 첫인상은 으스스하다. 과거의 순간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고? 끔찍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뜻은 전혀 다르다.
니체는 영원회귀를 통해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해야 한다면, 그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는 것도, 미래의 불안을 걱정하는 것도 의미 없다.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태도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해도 후회 없을 만큼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주인공 팀은 시간여행 능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여러 번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완벽한 순간을 만드려고 애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팀은 깨닫는다. 진짜 중요한 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매일의 평범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라는 걸.
만약 나에게도 영원회귀가 찾아온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반복할 수 있을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하루, 상대의 말에 답을 할지 말지 긴장했던 순간만을 되돌릴 수 있다면 더 완벽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은 그런 한순간의 결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계는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서툰 말, 작은 다툼, 예상치 못한 기쁨과 서운함이 반복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신뢰와 애정이 자리 잡는다. 사랑은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함께한 순간과 감정들의 집적체'다.
니체는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살라'고 말한다. 영원회귀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살라는 것. 그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사랑도 삶도 완성된다.
만약 다시 살아도, 나는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순간 최선을 다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