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움직임 - 동지 편

by 북극성 문학일기


안녕하세요.

북극성 문학일기입니다. ✨


시즌 5 즉흥 움직임 동지 편을 보냅니다.

벌써 시즌 5 마지막 편지입니다!

물론 다음 주에 특별판과 함께 클로징 인사도 전할 예정인데요.

이번 편지 후기도 듣고 싶은데 한 주간 생각해 보셨다가

답장으로 전해주신다면 좋겠어요. :)


올해는 유독 루틴대로 움직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제철 편지를 구상해요.

이 편지를 받아보는 독자분들도 월요일 여섯 시에 편지 읽기가

하루 루틴으로 자리 잡았을까요?


눈을 사로잡는 멋진 이야기, 마음을 울리는 문장,

모든 종류의 콘텐츠 중에서 제철 편지 읽기에 시간을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의 유령들, 느릿하게 반복하며 해소하는 긴장.

이번 동지 편의 한 문장을 이렇게 뽑아보았어요.

오늘 밤. 저는 또 밤의 유령이 되어 느릿하게 타자 치기를 반복하면서,

한 주간 쌓인 긴장을 해소해 보려고 해요.


늘 감사합니다.

북극성 문학일기 드림





섬화 & 다움의 즉흥 움직임 - 하지 편


https://youtu.be/AeC4jAD0hGA


2026.12.12 동지는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입니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지요. 섬화, 다움과 함께 하얀 벽이 있는 골목에서 즉흥 움직임 영상을 찍었어요.


느릿느릿, 휘적휘적 움직이는 섬화와 다움의 모습이 유령처럼 보였고요. 어두운 골목 끝에 빛이 왜인지 모르게 포근해 보였어요. 밤이 가장 긴 시간, 유령들도 그 긴 고요와 정적을 즐기고 싶지 않을까요.


내향성 유령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보다는 유령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 달아나기를 원해요. 그들이라면 짝꿍 유령과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평온을 누리다가 다시 조용히 사라지고 싶을 것 같았어요.


이번 영상은 두 친구의 움직임에 초점이 가길 바라며 낭독을 따로 하지 않았어요. 동짓날 놀러 나온 유령의 움직임을 감상해 주세요!




소현의 글 - 동지 편


도래할 2026년 12월 12일.


돋보기안경을 쓴 할머니 유령 둘이 동짓날 남산 아래,

인간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당도했다.


예로부터 남산엔 기이하고 신기하고, 신묘한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

기묘한 존재들은 저마다의 기운을 두른 채 이곳저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솔솔 부는 바람 날아가는 새 꿈틀거리며 이동 중인 벌레들로 인해

남산은 언제나 포화 상태.


남산 꼭대기에 사는 할머니 유령 둘은 틈만 나면 쑤시는 무릎이 없기에,

굽은 허리가 없기에 지팡이가 필요 없었지만 저 꼭대기에서 마을 어귀까지 내려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려가는 데만 한 세월 걸리니, 밤이 짧은 날엔 내려가다가 도로 올라와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동짓날. 연중 밤이 가장 긴 시기, 그들은 동지가 되어서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두 알다시피 동지엔 팥죽이다. 붉은 팥으로 만든 팥죽을 사람들이 먹는 이유는 잡귀를 내쫓기 위함인데 이 두 할머니 유령도 팥죽을 좋아한다. 한낱 잡귀로 불릴 수 없는 존재들이라 팥죽을 먹어도 괜찮다.


그들은 성한 이가 없기에, 아니 이 자체가 없기에 별달리 씹지 않아도 되는 고소하고 영양가 있고 다디단 팥죽을 좋아한다.


요즘은 동지라고 팥죽을 많이 먹지는 않겠지만

저 남산 아래 작은 마을에는 그들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 든 인간들이 산다.

아, 그들은 지금 하얗게 센 머리도 없다.


느릿느릿하게 두 유령은 남산 꼭대기에서 천천히 마을 어귀까지 둥 둥 내려가기 시작한다.


저마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신묘한 것들도 오늘은 남산에 없다. 존재감을 과시할 밝고 빛나고 번쩍이는 곳을 찾아갔을까. 큰 은행나무 아래에서 잠을 깊이 자는 기이한 것을 발견했다. 그게 깨지 않게 할머니들은 조용히 소리 내지 않고 내려간다.


산에서는 희미해 보이던 불빛이 점점 또렷해지자, 마을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은 해마다 자주 가던 집에 갈 생각이다.


옛날 옛적 어울려 지내던 친구의 딸, 그 딸의 자손의 딸이 사는 곳이다. 그 딸은 동짓날 단팥죽을 직접 끓여 먹는다.


그 전에 잠깐 숨 고르기. 휴우우우.

깊은숨을 들이 마셨다가 내쉬자 동네 나부끼던 낙엽이 바람을 따라 뱅글뱅글 돌았다.


일 년 만에 내려온 곳이기에 길을 조금 헤맸다. 그렇지 않고서도 골목은 꼭 미로 같아서, 매년 내려올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서, 헤매곤 한다.


빛이 눈 부셔. 가로등 불빛이라도 두 할머니 유령에게는 눈 부시게만 느껴진다.

두 유령은 저 너머로 가기 전, 잠시 골목길 흰 벽에 기대기로 한다.


물론 형체가 있는 몸이 없으니 기댈 수는 없다. 그래도 잠시 벽에 붙어 있는다.

잠시 머물러 본다. 벽 틈에는 그들의 나이처럼 오래되어 보이는 하얀 돌멩이가, 반질반질한 작은 돌멩이가 있다.


손으로 그걸 쥐어보려고 하지만 손이 없다. 별수 없이 훅 입김을 불자

데구루루 굴러간다.


하얀, 눈 부신 빛이 있는 저 너머에서 달콤한 팥죽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코가 없지만 본능적으로 안다.

두 할머니는 서로를 마주 본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조금 더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둘은 모든 걸 또렷하게 볼 눈동자가 없지만 생기 있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동짓날은 연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느긋하게. 하얀 돌멩이 떨어뜨리기 놀이를 반복하며, 일 년간 왁자지껄 떠들썩한 남산에서 쌓인 긴장을 풀어보며, 오손도손.



움직임 설명서

영상에 담은 움직임을 하나씩 살펴보는 움직임 설명서를 제작했어요.

한 주가 가기 전에 한번 따라 해보면 어떨까요?

(*이미지를 꾹 눌러서 저장해서 활용하세요)


골목길이 아니어도 좋아요. 짝궁 유령을 만나서 둥- 둥-

몸동작 설명서_동지.png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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