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움직임 - 처서 편

by 북극성 문학일기

안녕하세요.

북극성 문학일기입니다. ✨

시즌 5 즉흥 움직임 처서 편을 보냅니다.


오늘 업무 끝나고 주변 산책을 했는데,

벌써 꽃이 피어있더라고요. 올해는 유독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아요.

시즌 5에서 소개할 절기는 어느덧 처서입니다.


올해 처서는 8월 23일인데요.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이자,

일교차가 커지고, 더위가 그치는 시기입니다.

참고로 가을의 시작인 추분(8월 7일), 처서(8월 23일),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로 절기가 이어져요.


섬화의 즉흥 움직임을 보며 아래 문장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이내 떨어져 나온 것으로부터의 사색. 가을걷이를 떠올리며 낙엽 밟기.


무탈하게 보내는 하루만큼 값진 것도 없지요.

한 주 잘 보내시고 다음 주 월요일 오후 6시에 뵙겠습니다. :)


북극성 문학일기 드림




섬화의 즉흥 움직임 - 처서 편

https://youtu.be/g9b0x3_i0fE

즉흥 움직임을 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동네 공원에서 낙엽을 발견했어요. 정성스럽게 쓸고 닦는 일. 섬화는 처서를 그러한 방식으로 표현했지요.


쨍한 여름은 지나갔어요. 섬화의 움직임을 보며 더위가 물러갔고 벌여둔 모든 일을 다시 보듬는 시간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가로등 아래 파란 목도리에도 자꾸 시선이 가고, 서걱거리는 낙엽 소리도 좋았어요. 움직임 설명서를 우선 작성하고, 그 순서를 바탕으로 글을 적어보기를 시도했죠. 마음속에 쌓인 낙엽을 정성껏 들여다본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소현의 글 - 처서 편

사과는 입안에서 사각거리다 이내 흐물흐물해진다.


반면 낙엽은 본래 촉촉하다. 그즈음 내린 비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지고, 비를 맞아 더 촉촉하다. 그해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가을이 오기 전까지도 낙엽은 아직 그곳에 있다. 건조해지고, 잘게 부수어진 상태로. 이미 떨어져 나온 것으로부터의 사색.


오늘은 낙엽이 있는 공간을 찾아가서 손과 발을 이용해 낙엽을 소복하게 끌어모았다. 쿰쿰한 은행 냄새가 나지 않는다. 노란색, 붉은색. 이 동네를 생기 넘치게 한 노란색, 붉은색도 옅어졌다. 초록색의 잎을 그을리게 한 뜨거운 온도도 느낄 수 없다.


이미 한참 전에 떨어져 나온 낙엽. 그 낙엽을 가능한 가장 느리게 밟아본다.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도 분명 이랬을 거야. 천천히, 부서짐에 익숙해지던 순간이 기억난다. 무수한 날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는다. 낙엽의 소리에 집중하며 낙엽을 밟는 속도와 세기에 변화를 줘 본다. 발을 땅에 끄는 소리가 꼭 비질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발을 끄는 방향대로 소복하게 쌓인 낙엽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뾰족하거나 무겁지 않아서 그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하릴없고, 속절없다. 부득이 이렇게 됐습니다. 무엇 하나 원한 적 없다.


추움과 더움을 지나온 가을. 가을의 중심인 낙엽 위에 서 있다. 겹겹이 쌓인 낙엽, 더는 촉촉하지도, 따듯하지도, 생생하지도 않은 낙엽, 희미하기만 한 낙엽. 때때로 비가 내려 잎이 떨어지고, 이내 떨어진 것은 쌓이고, 잘게 부수어진다. 그럼에도 계속 땅에 붙어 있다.


낙엽이 다른 낙엽들과 뭉쳐져 덮인다. 계속 낙엽이 뭉치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혼란스러움은 이 낙엽에서 저 낙엽으로. 그러다 빛과 색과 온기가 다 사라지면, 마침내 흙이 된다. 거름이 됩니다, 하더라고.


거름이 될 때까지 낙엽을 쓸어본다. 발로 쓱, 손으로 쓱. 나는 동네에서 제법 많은 낙엽을 보유한 부자이지. 사람들이 벚꽃 보고 수박도 먹고 정신없을 때 나는 겨울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낙엽을 열심히 쓸었다. 낙엽 쓸기에 몰두했다. 그냥 둬도 괜찮다는 말을 종종 들었지만, 놔둘 수 없었다. 때론 이런 시기도 있어야지. 있을 수 있지. 혼잣말하면서, 쓸고 닦고, 다독인다. 더 잘게, 잘게 부수어져라. 다 거름 되게.




움직임 설명서

영상에 담은 움직임을 하나씩 살펴보는 움직임 설명서를 제작했어요.

한 주가 가기 전에 한번 따라 해보면 어떨까요?

(*이미지를 꾹 눌러서 저장해서 활용하세요)


곳곳에 아직 낙엽이 많은 곳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몸동작 설명서_처서.png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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