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분주하다. 악기들이 드디어 울림을 전하기 시작했다. 멜로디는 외롭고 쓸쓸했던 연습실을 가득 채우며 학생들이 부는 첫 음으로 학교수업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방학, 특히 겨울에 쉬는 방학은 너무 춥고 외롭다. 나는 학생이 아니지만, 혼자 연습실을 지키면 방해받지 않아 좋으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졌다. 나머지 빈 방에 홀로 있을 피아노의 언 건반을 누군가 따뜻한 손길로 눌러주기를 바라는 날이 많아졌다.
가끔은 혼자가 외롭다.
언제부터인가 공부나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할 때, 혼자일 때 외로운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있으면 어울릴 때마다 소비되는 감정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옆에 사람들이 있어야 더 자극을 받아 내 일에 몰두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공부할 때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잘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와 다른 영역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더라도 새로운 경쟁심이 나의 능력을 끌어올려준다.
그들이 내는 한 음 한 음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 연습실은 피아노는 물론, 발성하는 사람, 트럼펫을 부는 사람, 첼로를 키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완벽한 차단은 되지 않아 서로가 연습하는 소리들이 연습실을 가득 채운다.
내 방으로 흘러 들어오는 소리가 전혀 시끄럽지 않다. 하루종일 아니더라도 타인의 노력하는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내게는 더없이 강력한 의지가 된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과는 쓰임새가 다를지라도 주변에 무신경한 덕분인지 전혀 거슬리지 않다.
자그마한 연습실에 피아노는 사람이 음에 맞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힘차게 맑은 소리를 내고, 현악기는 손가락이 건드는 세기와 부분에 따라 울린다. 발성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이탈음이라도 모두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내 심장을 한번 더 뛰게 만든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연습실이 매우 쾌적한 환경은 아닐 것이다. 온전히 자신이 내는 소리에 집중할 수 없을 테니까, 적은 비용으로 장소불문하고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나도 그들도 연습과 노력을 통해 실력을 높여 우리 모두가 각자의 꿈으로 다가가는 길이 힘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멜로디가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린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봄을 알린다고 했던가? 목소리와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음표가 올해 내게 봄이 왔다고 넌지시 일깨워 준다. 따뜻한 봄맞이로 안성맞춤 곡이다. 더불어 시간과 장소가 내게 주는 하모니는 풀어진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연습실은 아직 춥지만, 마음만은 외롭지 않아 따뜻하게 느껴지는 오늘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