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일정에도 새치기는 반갑지 않아
회사 업무나 개인 일정에 갑작스럽게 생기는 일들이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처럼 좋지 않은 소식이 대부분이다. 잔잔한 호수 위에 누군가 던진 돌멩이에 큰 파동이 번지듯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은 지치고 시간적 여유도 줄어든다.
앞의 상황은 우리에게 의도치 않게 벌어지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비를 하고 제2의 플랜을 짜기도 하는데, 정작 본인의 일상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거나 신경 쓰지 않고 흐르는 대로 보내기도 한다. 팡팡 터지는 사건들에 정신을 쏟다 보니 자신에게 쏟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매우 많다. 자신의 기준이 돈이나 일, 생계에 치중되어 있어 남는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그때서야 처리하게 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매우 작은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미뤄도 시간이 생기면 언젠가 하게 마련이니까. 근데 정말 언젠가 나중에라도 하게 될까?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채우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머리의 용량이 점점 줄어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을 못한 적도 많다. 각각 할 일을 나눠서 메모지에 적는다 하더라도 보드나 휴대폰에 쌓여가는 메모를 보면 하기 싫고 보기도 싫어서 계속 예민해지고 할 일을 제떄 끝내지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자괴감까지 들기도 한다.
이런 일이 해결되지 않고 빚처럼, 짐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불편한 적도 있다. 누구와 약속을 나가고 일을 하면서도 흰 셔츠에 묻은 먼지처럼 자꾸 눈에 밟히고 그 사이 할 일이 계속 늘어나 중간중간 새치기를 당한다. 자기 계발서에서도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먼저 끝내고 중요하고 급한일에 집중할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알면서도 실천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울까?
일단 집에서 무조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 피곤하게 일을 마치고 혹은 개인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손발만 대충 씻고 침대에 눕기 바쁘다. 식사를 제때 챙겨 먹는 것도 어려운데, 육체적 노동 혹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해야 할 일을 적고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 내가 얻는 것도 같이 적었다. 예를 들어 비에 젖은 신발을 빨아야 하는데 마음만 먹고 메모만 하고 며칠 째 미뤘다. 정작 그 신발을 신고 싶어 옷을 코디해도 빨지 않은 신발을 보고 나서 불편함과 온갖 짜증을 다 냈다.
당장 메모지를 들고 신발장 위에 '이 신발을 빨면 할 일을 끝내서 좋고, 아침에 괜히 짜증 낼 일도 없고, 신발에서 냄새가 안 나서 좋을 거다.'라고 적은 뒤 외출 후 다녀와서 신발을 바로 빨았다. 화장대 같은 경우도 매번 샘플과 막 사둔 화장품이 어지럽혀 있으면 별거 아닌 병들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바쁜 아침 시간에 어제까지 있었던 화장품이 눈에 안 보여 급하게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메모지에 적어서 붙여 두었다.
이런 과정이 처음에는 번거롭고 할 일을 끝내고 나서 내가 느낄 기분도 예상해서 적어야 하는지 , 더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뇌에서 '해야 할 일'과 '끝내지 못한 일'이라고 2개의 일로 인식한다. -2에서 +2의 작업을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면 행동으로 연결되기 더 쉽기 때문이다. 메모의 공간이 조금 더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해야 할 일을 차례로 줄을 세워 처리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한다면 예전보다는 밀리는 일이 줄어든다.
핸드폰에 메모를 하지만, 메모를 보고서도 실천하지 않아 지저분해지는 것도 싫어서 핸드폰과 케이스 사이에 메모를 붙여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싫으면 빨리 처리하자 라는 압박감을 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다이어를 열거나 핸드폰을 꺼내 들어야 하는 절차 없이 바로 그 장소에 가서 할 일이 눈에 보여야 걸리적거리는 일을 일찍 치우기 쉽다.
중요하지 않은 과업 사이에 새로운 일이 새치기를 한다면 매우 반갑지 않은 일이다.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니라 밀린 일 만큼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현재 이런 방법으로 내 연습실 한쪽 벽에는 온갖 메모지가 붙어 있다. 생각나거나 해야 할 일 목록들을 모두 메모지에 붙여두고 그날 할 일을 바로바로 체크한다. 일의 진행속도도 빠르고 눈으로 체크할 수 있어 목적을 달성했다는 보상에 뿌듯하다. 하루에 한 가지 작은 일에 성취감을 느낀다면 분명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 이 일은 끝내고 싶은데 하기 싫어서 귀찮고 하찮은 작은 일이 있다면 펜을 들어 메모지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일을 끝냈을 당신이 어떤 모습일지도 같이 적어주세요. 곧 당신이 마주칠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