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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Nov 17. 2022

내 인생은 극기훈련

워킹맘 다이어리


생후 7개월. 배밀이를 시작한 둘째가 며칠 째 매일 새벽 바닥을 기어 다닌다. 덕분에 나는 수면부족. 


출근하면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그러게, 나는 무슨 일을 그렇게 해내느라 힘들고 또 힘들고 또 힘들까. 

그 일, 그만 좀 하면 안 되려나.


나의 일.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육아하고 집안일하고 또 출근한다. 언제쯤 굴레가 끝나려나. 문득 출근하는데 '내 인생 극기훈련 같아' 그 말이 그냥 나도 모르게 한숨처럼 튀어나온다. 

언제쯤 안 힘들어질까. 육아 선배 동료들은 다들 피식 한번 나에게 썩소를 날리더니 "그런 일은 없다"라고 한다. 세상에, 이 극기훈련에 끝이 없다니. 우리 엄마와 아빠는 엄청나게 대단한 걸 해낸, 아니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결혼생활과 육아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구나 오늘도 새삼스럽지만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내 친구들 중에 이혼 한 집도 이제 조금씩 생겨나고, 결혼을 유지하더라도 그것이 녹록지 않아 한숨 쉬는 집도 많이 본다. 처음에야 누가 이혼했다 혹은 이혼위기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놀라 했지만,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나에게 언젠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 없이 평탄하게 지나가는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육아에는 보람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사실 그것들이 있어서 죽지 않고 이혼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배우자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나도 배우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기로 결심했다면 응당 자신이 한 일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잘 길러내야 한다. 그리하여 결혼이란, 육아란 이 천국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옥을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도리어 결혼하겠다는 사람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럴 바에는 천국도 지옥도 원치 않는다고 비혼 선언이란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지 않겠다는 어떤 선언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우울하다. 그리고 지쳤다. 아무도 결혼하라고 아이 낳으라고 등 떠밀지 않았으니 이 우울을 삭히는 것도 나의 일, 지친 몸과 정신을 다독이는 것도 나의 일이다. 


"무슨 일 있어?"라고 누가 묻는다면, 그냥 나는 "내가 벌려놓은 일 중이죠."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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