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

_ 엄마

by 최서영

극복 _ 엄마


유난히 겁이 많았던 딸의 어린시절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둘째 딸은 매사에 언니에 비해 겁이 많아 잘 놀라곤 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독서실이 끝나면 아빠에게 마중 나오라고 부탁하곤 했다. 결혼하기 전까지도 속초에 오는 날이면 버스 정류장으로 데리러 오라는 문자를 아빠에게 남기곤 했다. '어둠'과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꽤 오래간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성장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결과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회 선생님이 서현이가 하도 말을 하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으니 선생님 댁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준 적이 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받은 생활기록부에 학업은 우수하나 관계성에서는 걱정이 된다는 그런 류의 내용이 있었다. 대학에 가면서 이모 집에 살게 되었을 때 이모, 이모부에게 학교에 다녀왔다는 인사조차 큰 소리를 하지 못했던 서현이가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확 달라졌다. 지금의 서현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직장 생활을 하면서 딸의 사회성은 폭발적으로 넓어지고 깊어졌다. 활달하고, 사려 깊은 사회인으로 성장한 딸을 보면 자랑스럽다.


오늘은 <극복>이라는 시를 딸에게 보낸다. 명랑한 음악을 배경으로 이 시를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극복>


물 찾아가다 트럭 발밑에

여지없이 깔리는 홍게


늑대가 기다리는 걸 알고도

1400km 대장정을 감행하는 순록


해산을 위해 바다가

온통 제집이라고

숨이 턱에 차도록 다니는 고래


마라강의 누떼

신선한 풀을 찾아

사선을 넘고 있다


전속력으로 가고 있다


공포라는 허들을 뛰어넘고 있다


극복하는 자의 발바닥엔

피가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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