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지옥>과 마이클 루셀의《놀라움의 힘》을 읽고
이 책《놀라움의 힘》은 제목과 달리 ‘믿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놀라움이랑 믿음이랑 무슨 관계지?' 싶었다. 저자는 믿음을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패턴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생기면, 우리의 믿음이 흔들린다. 놀라움은 우리가 가진 믿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책《놀라움의 힘》을 읽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상호 감독의 <지옥>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예언자’의 말을 믿고,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실제로 죽는 것을 보며 신념을 굳힌다. 인간은 보통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지옥> 속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의심스러운 정보까지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책《놀라움의 힘》에서는 믿음이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스스로 만든 질서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우리는 <의미를 찾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에서도 패턴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지옥> 속 인물들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패턴화하여 해석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뇌는 다양한 인지편향을 작동시킨다.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면 믿음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마이클 루셀은 기존 믿음과 맞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면, 우리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 '인지적 위기'라고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갑자기 맞지 않게 되면, <믿음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놀라움은 믿음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이 책《놀라움의 힘》을 읽고 난 후, 나는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만의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믿음 체계를 지키려 하기에 정말 고생이 많구나 싶었다.
하지만 믿음 체계가 어떻게, 언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기존의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확증편향과 인지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지도 자각하기 어렵다.
마이클 루셀의《놀라움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믿음은 믿음 그 자체로 해석되지 않은 채로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믿음은 무의식 속에 묻혀있다 '발견'되는 것에 가깝다.
칼 융의 동시성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우연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나는 해석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 자체도 하나의 해석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 볼 뿐이기 때문이다. 해석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결국 "해석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믿음에서 나온 선택이다. 완전히 해석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석을 최소화하고 덜 집착하며 사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맥락으로 보았을 때, 이는 불교의 ‘무집착’ 개념도 떠올릴 수 있는데 하지만 이 또한 결국 하나의 믿음 체계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유연한 믿음 체계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자주 놀라고, 더 깊이 놀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믿음이 유연하다는 것은, 기존의 사고방식에 갇히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는 믿음 체계가 불안정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새로운 정보나 경험을 접했을 때 이를 ‘놀라운 일’로 인식하고 믿음을 조정할 기회로 삼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놀라움을 마주했을 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며, 방어적인 태도는 인지적 오류와 확증편향을 야기한다. 놀라움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촉매제와 같다. 놀라움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