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크리에이티브
회사에서 오랫동안 소셜미디어를 운영해 왔다. 그 과정 속에서 변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다. 소셜미디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름을 따라가고, 또 새롭게 적응한다. 1년 전에는 통했던 콘텐츠가 이제는 힘을 잃는다. 흐름은 사라지고, 반응은 줄어든다. 그 변화 속에서 방향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 운영자의 역할이다.
유독 유튜브가 ‘돈’이라는 개념으로 소비된다. 구독자 수, 조회수, 수익 규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채널의 규모가 곧 가치로 환산된다. 마치 첫 만남에서 연봉과 차종, 집의 소유 여부를 묻는 사람들처럼.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조회수를 올리는 전략을 가장 먼저 고민한다. 중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본질적인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갑자기 멈춘 이유도 사실 그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느낌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채널을 멈춘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최근에 들어서야 그 느낌을 이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거리를 두고 채널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시청자라면, 과연 이 채널을 구독할까?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채널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순간 반짝였다 사라질 것인가. 때로는 몇 걸음 물러나, 시청자의 시선으로 내 채널을 바라봐야 한다.
조회수를 위해 어그로를 끌다 보면, 오히려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담백하게, 정직하게,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줄 때, 단 한 편의 영상으로도 사람들은 끌려온다. 유튜브는 지속성의 문제다. 영상 하나하나가 가진 힘. 채널이 전체적으로 쌓아가는 결. 창작자라면 조회수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그것이다. 그 아무도 그걸 먼저 고민하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걸 말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점점 삶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유튜브의 세계는 거대한 유리 상자와 같다. 그 안에서 우리는 숫자의 춤을 목격한다. 조회수, 구독자 수, 댓글 수. 투명한 벽 너머로 보이는 그 숫자들은 때로는 환희를, 때로는 절망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숫자들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진정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담론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의 유튜브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이 약 2시간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 거대한 유리 상자 안에 갇힌 삶에 대해 말을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덧없는 숫자에 매달려 본질을 잃어버린다. 알고리즘의 숲에서 길을 잃고, 좋아요와 댓글의 파도에 휩쓸린다. 마치 텅 빈 무대 위에서 홀로 춤을 추는 광대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손짓한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는 숫자에 있지 않다. 때로는 몇 걸음 물러나 침묵 속에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영상들을 만드는가. 알고리즘의 욕망에 굴복하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가. 유튜브는 단순한 숫자의 놀이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무대이자, 침묵의 기록을 새기는 공간이다. 우리는 숫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안의 무명(無名)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유튜브라는 거대한 유리 상자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창작자로서의 콘텐츠윤리의 중요성이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가 되었다고 본다. 조회수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않고, 우리 안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무명의 기록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서영
공공기관에서 14년 차 소셜미디어 담당자로 일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미니부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잠시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꾸준한 연재 콘텐츠는 없지만,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 등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단발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며,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소셜미디어를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