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오늘은 아침에 묵상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 말씀하시는데, 귀가 있다고 들을 수 있다고 다 듣는 게 아니라는 생각. 듣고 나서 삶이 바뀌어야 그것이 정말 들은 것이 된다. 사순절 기간 내내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동안의 기적을 다루는 묵상집을 읽고 있지만, 말씀 속에 사람들의 모습도, 또 지금 이렇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나도 그 누구도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문득 아침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묵상 말씀은 마태복음 20장 20절에서 28절 말씀이다.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나아와 아들들을 위해 아들들이 예수님의 오른 편과 왼 편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예수님은 예수님이 마시려는 잔을 마실 수 있는지 물었고, 마실 수 있다고 대답하지만 예수님은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 하는도다"라고 대답한다. 오늘 묵상 말씀에서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구절이다. 예수님의 잔은 십자가에서 겪으실 고통과 죽음을 의미하고, 하나님 뜻에 대한 완전한 순결을 의미한다. 감히 예수님의 옆에 앉을 수 없다.
제자들은 이를 듣고 분노한다. 아마도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에게 분노한 이유는, 감히 우리도 넘보지 못 하는, 우리도 감히 질문하지 못 하는 것을 예수님께 간청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그 말씀은 낡은 거울처럼 나의 모습을 비추었다. 거울 속에는 율법의 잣대를 든 채, 권세의 옷을 걸치고 서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순간, 타인을 향해 돌을 던졌던가. 얼마나 많은 순간,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의 욕망을 채웠던가.
예수님은 분노하는 제자들을 불러 서로 섬겨야 한다고, 인자가 온 것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을 주려 함이라고 말씀하신다. 세베대 아들들을 위한 어머니의 간청으로 부터 시작 된 이 이야기가, 결국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이유까지 내려왔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의 무지와, 또 얼마나 지혜롭던지 인간의 모습은 하나님께 똑같이 비춰진 다는 것, 이런 것들을 묵상할 수 있었다.
나는 예수의 잔을 생각했다. 그 잔에 담긴 고통과 희생, 그리고 사랑. 그것은 내가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던,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세계였다. 권세와 율법이라는 차가운 벽에 둘러싸여,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나는 침묵 속에서 질문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 질문들은 메마른 가지처럼 앙상하게 남은 나의 신앙을 흔들었다. 나의 신앙은 얼마나 허약하고 초라하다. 나는 스스로를 권세의 감옥, 율법의 덫에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폐부를 스쳤다. 나는 텅 빈 마음을 안고 기도했다. 이 어둠 속에서 나를 건져달라고. 이 메마른 가슴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달라고. 예수의 잔을 이해하고, 그 사랑을 따라 살 수 있도록 나를 변화시켜달라고. 아직 새벽은 깊고, 나의 갈 길은 멀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