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크리에이티브
“우리도 유튜브 해도 되나요?” 어느 날 직장인의 익명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돈을 벌어도 되는지, 수익을 창출해도 되는지를 묻는 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수익 창출을 단순히 ‘광고수익’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구독자 1천 명, 최근 1년 간 시청시간 4천 시간이라는 조건은 만만치 않다. 이 기준을 듣는 순간 겁부터 먹고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꼭 그 조건을 넘기지 않아도,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길은 있다. 오히려 광고수익보다 더 현실적인 방식이 있다. 바로 ‘협찬 광고’다.
육아, 뷰티, 일상, 여행, 독서, 반려동물 등 어떤 주제든 꾸준한 콘텐츠 업로드가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협찬 제안이 들어올 가능성이 생긴다. 협찬은 광고주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크리에이터가 협찬 플랫폼을 통해 직접 신청할 수도 있다. 요즘은 이런 플랫폼들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고, 광고주 입장에서도 온라인 마케팅은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협찬이 쏟아지진 않는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레퍼런스’다.
내돈내산 콘텐츠를 제작해 실력을 보여준다. 관련 해시태그와 브랜드 태그를 달아 콘텐츠 노출을 높인다. 원하는 브랜드에 직접 협찬 제안을 보내는 메일도 방법이다. 내돈내산 콘텐츠는 협찬을 받기 위한 나만의 포트폴리오다. 광고주는 나를 잘 모른다.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콘텐츠 채널은 유튜브만 있는 게 아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숏폼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제품 및 서비스 협찬이 가능하다. 특히 블로그는 지금도 여전히 가성비 높은 채널로 여겨진다. 제품 리뷰는 물론, 마사지, 네일, 운동, 뷰티 관리 등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 협찬도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옛날에는 블로거들을 비하하는 말로 '블로거지'라고 했지만, 이제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블로그는 매우 실속 있는 마케팅 채널이다.
지금은 컨택부터 계약, 콘텐츠 제작 가이드 전달까지 모든 광고 협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직접 광고주를 만날 필요도 없다. 덕분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디지털노마드의 삶이 가능해졌다. AI 편집 도구, 자동 자막 생성기, 썸네일 템플릿 등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AI 편집 도구와 협찬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누구나 혼자서 광고주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글, 영상, 음성, 이미지까지 AI가 다 만들어준다. 썸네일도 AI가 디자인하고, 영상도 알아서 자르고 붙인다. AI가 만들어주니, 당연히 잘 만든 콘텐츠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기술은 놀랍도록 빠르게 진화했지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은 여전히 ‘사람’이다. 그래서 창작자의 태도, 진정성, 정보의 신뢰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AI는 때때로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책임감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개념 하나.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밈(meme)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문화는 유전자의 진화처럼 아이디어와 정보가 복제되고, 변형되며,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전파된다. 지금 우리가 올리는 블로그 글,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이미지 모두 결국은 밈의 재생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창작’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무언가를 보고, 조금 다르게 만들어 퍼뜨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복제하고 있는가? 어떻게 재생산하고 있는가? 왜 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 창작의 문은 열렸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구나 벌 수 있다. 누구나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창작의 중심에 ‘나’는 남아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남긴 콘텐츠는 어떤 밈으로, 어떤 가치로 확산될 것인가? 지금 이 AI 시대,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며, 왜 만드는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한 가지 더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인간에게는 결국 무엇이 남는가? 기술이 인간을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려 들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마르틴 하이데거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고한다. 기술이 인간에게 세계를 ‘자원’으로만 보게 만든다고.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고. 오늘날 우리는 AI가 만들어준 콘텐츠를 편하게 소비하고, 그 도구로 수익을 만들지만, 그 속에서 ‘존재하는 나 자신’은 얼마나 깨어 있는가?
결국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 기술이 빠르게 진보할수록,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창작하는 나’, ‘말을 거는 나’, ‘책임지는 나’, 그 ‘나’는 콘텐츠 속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나라는 존재는, 기술이 다 할 수 없는 어떤 고유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저자 최서영
공공기관에서 14년 차 소셜미디어 담당자로 일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미니부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잠시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꾸준한 연재 콘텐츠는 없지만,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 등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단발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며,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소셜미디어를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