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동생
똑같아 보이지만 다 다르다 _동생
나의 인형방 사진을 보면 다들 또 묻는 것이 있다. 왜 맨날 똑같은 거 사?
엄연히 다르다. 매우 다르다. 개체마다 차이가 크다. 내가 인형을 수집하던 초기에는 가급적 다양한 인형들을 모았다. 내가 잘 모르는 애더라도 귀여우면 일단 사고, 안김성이 좋으면 일단 사고.
점차 인형들이 쌓여가면서 내 취향이 확고해졌고, 여기저기서 영업 당한 캐릭터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꽂히게 된, 소위 '최애 캐릭터'들이 있는데, 지금은 밀려났지만 피카츄, 도라에몽, 쿠마몬가 있다. (시국의 영향으로 애정이 식은 상태다)
지금 가장 아끼는 최애 캐릭터는 '케어베어'와 토이스토리 ‘알린’이다.
케어베어는 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곰 캐릭터다. 신년 인사장에 쓰이던 캐릭터인데, 어떤 이유에선지 인기를 모아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고 21세기에 이르러서는 먼 한국 땅에서 인기를 끌게 된다.
정확히 내가 어떻게 ‘입덕’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워낙 오래된 캐릭터라 빈티지 인형을 네이버 블로그 개인 판매자로부터 구매한 첫 인형이다. 내가 인형을 모으기 시작할 때쯤 레트로 바람이 불어서인지 케어베어가 의류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신상 굿즈를 시장이 많이 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남들이 좋아하면 좋아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신상 굿즈보다는 빈티지 인형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 특히 2019년도에 애정이 깊어져서 인형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모았다.
케어베어의 좋은 점은, 캐릭터가 수십 마리가 있고 각자의 색상과 상징 그림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성격과 스토리까지 다 다르다. 그래서 구매할 때 '이건 나에게 없던 캐릭터니까' 하며 맘껏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에어로빅 버전, 꿀벌 버전 등 옷 입힌 버전까지 있고 사이즈도 8인치부터 거대 사이즈까지 다양하게 나와서 신명 나게 구매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안김성'을 주는 인형은 중형~대형 인형에 해당되고, 수집해서 '보기에 좋은' 인형은 8인치 이하의 소형 인형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결국 소형, 중형, 대형, 피규어까지 다양하게 모았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한 것이다.
토이스토리는 95년도에 개봉한 영화인데, 그 당시에 보고 입덕해서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제법 많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알린 보고 취한 가슴 초록 인형만 봐도 눈이 돌아간다. 몬스터주식회사의 '마이크'라는 캐릭터와 비슷해서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가끔 알린인가 하고 봤다가 마이크였던 적이 많다. 알린은 눈이 3개고, 마이크는 눈이 1개다)
사실 알린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비중이 높지 않다. 알린은 대사도 거의 없다. 보통은 세 마리씩 몰려나와서 '우우~'하는 소리를 내고, 삑삑 전형적인 인형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닌다. 영화 속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은 이미 입덕 후 토이스토리 1부터 4까지 보면서 느낀 점이고, 결정적으로 알린을 수집하게 된 것은, 하나둘 모으다 보니 ‘정들어서’ 최애가 된 케이스다.
메인 주인공은 우디, 버즈인데, 난 물론 이 캐릭터들의 굿즈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사실 이 바닥에서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메인 캐릭터 보다 서브 캐릭터 굿즈를 모으는 사람이 제법 많다. 나도 제법 모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세상에 알린 굿즈는 내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끝도 없이 나온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 여행 가서 구매하는 제품만으로는 성이 안 차서, 작년부터는 해외직구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알린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결국,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내 사전에 똑같은 인형들은 하나도 없다. 하나하나 구매한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개체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눈이 삐뚤어진 인형, 입이 삐뚤어진 인형 조금씩 다르다. 이 인형은 어디서 얼마 주고 샀는지는 가물가물해도, 이 인형을 왜 샀는지, 어떤 점에 현혹되어 구매한 건지는 또렷이 기억이 난다.
장난감은 가지고 놀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인형은 구매할 때부터 '가져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들'이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히 됐다. 내 인형들도 내 손에 들어와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내가 좋고 당신이 좋다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