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엄마
이런 순간, _ 엄마
결핍이 욕망을 만든다고 한다. 뭔가 부족해야 그 결핍 때문에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는 것이다. 딸들이 어렸을 때 장난감을 충분히 사주지는 않았다. 장난감을 많이 사주기보다는 매주 토요일에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집중했다. 그 영향인지 지금도 책 읽기를 즐기는 딸들을 보면 뿌듯하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데,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딸을 남편이 보았다고 한다. 그만큼 딸은 책 읽기를 즐겨했다. 학창 시절에 독서골든벨에 나가서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평생 독자를 만드는 일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딸이 인형방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행복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원래 여리고 결핍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상태로부터 뭐든 느끼라고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 인생길을 떠나는 거다.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화해하며 나에게 잘해주면서 걸어가는 길에 가끔 딸들과 산책을 즐기며 가고 싶다. 그런 날이면 이런 시를 쓸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순간,>
마음이 해안선처럼 휘는 날
앞개울 건너 우체국으로 간다
밖으로 나와 나를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내게 무얼 써야 할까 고민이다
섣불리 써내려 갈 수는 없는 노릇
빈 엽서를 들고 우체국까지 가기로 한다
우두커니 서 있는 느릅나무 지나
짓다 만 폐건물에 머문다
아직 시작도 못한 내 말의 집이 불현 듯 떠올랐다
이 길을 걷는 순간에도
아침 햇살 반짝이는 풀잎 이슬에도
찬란하게 집 지을 궁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