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감각과 실패의 누적 - 터크스핀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오늘 배운 동작은 엥겔스핀과 터크스핀, 이름에 스핀이 있는 만큼 폴이 엄청 빠르게 돌았다. 또 클라임이 문제였다. 오른손은 높게 위치해 폴 위에 내 몸을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잡고, 왼손은 가슴 정도에서 폴을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잡아준다. 그런데 나는 항상 클라임을 할 때 두 팔에 힘이 미는 힘만 들어가 폴과 멀어져 있다. 오늘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발끝 포인해서 오른손은 폴을 높이 잡고 왼손은 폴을 당겨준다는 느낌으로 가슴 높이에서 잡기. 이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나도 모르게 양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또 폴과 멀어졌다. 클라임만 잘 해주어도 오늘 동작은 무난하게 할 수 있을텐데 폴에 원심력이 강해지게 되고 폴이 빨리 돌아서 오늘도 내가 폴을 탄게 아니고 폴이 나를 탔다.
엥겔스핀 변형 동작은 폴싯한 상태에서 왼손으로 폴을 잡고 오른손과 동시에 상체가 앞으로 나온 뒤 오른 다리를 p자 모양으로 앞으로 접어 오른발바닥을 폴에 대어 준 후, 오른손을 p자 된 엉덩이 밑 위치로 폴을 잡아주는 동작이었다. 그냥 의자에 앉아 엉덩이 밑에 폴이 있다고 생각하고 잡아보려고 해도 힘든 이 동작을 폴 위에서 해야하다니 항상 수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폴댄스 수업에서 배우는 동작들은 폴 아래에서도 하기 힘든 동작들이다.
“상체가 더 나왔어야 돼요.”
선생님 피드백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다. 이카루스 동작을 할 때도 들었고, 엔젤스핀을 할 때도 들었다. 왼손은 폴 위를 잡고 오른손과 상체를 폴 앞으로 완전히 빼주는 동작이다. 상체를 빼주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상체를 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한다. 왼손 위치가 너무 높으면 공간이 좁아져 상체를 빼기 어려워진다. 천천히 수영하듯이 오른손부터 앞 허공으로 뻗어 깊게 상체를 빼준다. 어디 갇혔다고 생각하고 앞에 구조대원이 있다고 생각하고 몸을 최대한 있는 힘껏 빼본다.
나름대로는 상체를 많이 빼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순간 폴이 고문도구가 되어 온몸을 조여왔다. 숨이 잘 안 쉬어져 얼굴이 빨개졌다. 상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허리는 아프면 안 될 거 같은데, 허리가 아팠다. 오른 전완근도 아팠다.
항상 동작을 제대로 못 할 때 선생님은 대안이 되는 자세를 알려주시고는 하는데 손이 닿지 않는다면 그냥 무릎에 손을 대고 돌라고 했다. 폴이 돌 때 왼발끝이 플렉스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뒤로 빵 왼다리를 찬다. 다시 왼 다리를 앞으로 곧게 뻗으며 두 손을 배꼽 위치로 폴을 낮게 잡은 후 폴 위에서 눕듯이 뒤로 몸을 젖히는데 너무 눕지 않고 이 때 가슴은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고 팔은 펴주고 양팔은 루즈 하지 않게 겨드랑이에 바짝 붙여야 한다.
그 다음 ‘터크스핀’이라는 동작을 하게 되었는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오른손은 폴 위를 잡고 왼손은 폴을 안아준다는 느낌으로 상체는 폴을 안아 잡고, 하체는 다리를 앞으로 접어서 폴을 끌어안고 회오리 모양으로 내려온다. 너무 어려운데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재밌게 보이는 동작이다.
폴댄스는 정말이지 밀당의 운동이다. 밀고 당기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폴 이 녀석이 어찌나 밀당을 잘하는지 모른다. 항상 수업을 할 때는 몰랐다가 집에 돌아와 영상을 보다보면 나의 실수를 알아차리게 된다. 전반적으로 발이 포인이 되어있지 않고 플렉스 되어있었다. 다음에는 잘 해야겠다 생각한다.
밀당에 있어서는 연애에도 삶에도 폴에도 젬병이다. 의식할수록 더 안 되는 동작이 있기도 하고, 잘 되다가도 잘 안 되는 동작이 있기도 하다. 차분하게 오르고 싶은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과욕이 되어 급하게 폴에 오르기도 한다. 과욕과 부족함은 폴 위에서는 똑같다. 반대로 잘 안 되다가도 잘 되는 동작이 있기도 하다. 내가 이것을 마스터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아닌 것이 되기도 하고,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해내기도 한다. 폴은 정말이지 밀당의 고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