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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꾸는 아직, 멱살은 여전 - 제제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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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끼리도 안면이 트다보니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면 꾸벅 인사부터 한다. 다들 한 두 명 씩 수업이 끝날 때쯤 내 나이를 물어보곤 했는데 아마도 휴대폰 배경화면에 있는 아이들 사진 때문인 것 같다. 오늘도 선생님께서 나이가 몇 인지 물어보셨다. 나는 수강생들의 나이도 나이지만 수강생들이 이번이 몇 회 차 수업인지가 궁금하다.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거다. 얼마나 수업을 받으면 저렇게 잘 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선생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다가 우연히 입문반 수강생 한 분의 폴 계정을 알게 되어 팔로우했다. 그 분은 100회가 넘는 수업을 받았는데 한참 밑으로 내려가 열여섯, 열일곱번째 수업 영상을 보니 폴 타는 수준이 내 수준과 비슷했다. 나 잘 하고 있는건가? 뒤쳐지고 있는건 아닌지 확인 받고 싶었나 보다. 다들 시작 할 때는 못 타던 시간이 있었다.


오늘은 제제변형을 배웠다. 투 클라임 정도 올라가서 오른 오금을 끼운 후 시팅버드 한 후 왼손은 폴 위를 잡고 오른 겨드랑이를 끼운 후 오른손은 왼 무릎을 잡고 왼손은 폴에 엘보를 위에서 아래로 방향으로 걸어주며 오른 어깨를 잡았다. 퍼즐 맞추는 것 같다. 이 때 왼 다리는 발끝포인해서 쭉 뻗어준다. 다른 동작들이 뒤로 더 있었지만 오른 겨드랑이를 폴에 끼우는 게 잘 안 되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배웠다. 겨드랑이를 끼우려고 상체를 앞으로 밀다가 폴이 빨라져 어지러워 자꾸 내려왔다.


오늘도 역시 도입이 문제였다. 폴에 오르기도 전에 두 팔이 잔뜩 긴장되어있고 밀고 당기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미는 힘 밖에 없이 폴과 너무 멀어서 클라임 할 때 폴이 엄청나게 빨리 돌아 어지러웠다. 저번에는 폴에 느려서 문제, 오늘은 빨라서 문제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게 폴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 아직은 너무 어렵다. 다른 수강생들은 클라임을 할 때 손도 한 손 놓아주기도 하고, 클라임 꾸미기 일명 ‘클꾸‘를 하며 여유있게 오르는데, 나라는 사람의 클라임은 꾸미기는 엄두도 못 내고 매가리 없이 폴에 멱살을 잡혀 끌려가기 바쁘다.


폴에 높이 올라가면 동작을 하다가 컨택 포인트가 약해지면 폴에서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고, 또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아직은 투 클라임이라는 말이 무섭다. 입문반에서는 크게 다칠 일은 없다고 하지만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높은 곳에서 하면 위축된다.


“바닥 보지 말아요. 시선 오른쪽 멀리보세요!“


올라가면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려 든다. 동작을 할 때 두 손을 폴에서 놓는 것이 두려운 이유가 아직은 동작이 미숙하기 때문에 폴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폴에 마찰 되는 부분이 정확한 동작으로 컨택 되었는지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 되는 것 같다. 컨택 부위가 잘 걸리면 마음이 놓이고, 그렇지 않으면 몸에 오만 곳으로 어떻게든 폴에 붙어있으려고 긴장이 간다. 불안할수록 동작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집중해야한다. 악순환의 고리다. 동작이 정확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순간적으로 바닥을 본다. 무서워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무섭다.


오늘은 시팅버드로 폴에 하체가 걸려있는 상태에서 폴에 겨드랑이를 끼우는 게 어려워 계속 겨드랑이를 끼우는 동작만 연습 했다. 항상 동작의 어려움은 이 전 동작을 바른 동작으로 하지 않았을 때 대부분의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정확하게 동작을 안 하면 순간적으로 발끝 포인도 풀려버리고 그걸 또 선생님은 귀신같이 찾아낸다. 대충 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 폴에서 콤보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 해야 2분도 안 된다. 단 1초도, 발끝도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중!


폴댄스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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