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요즘은 인스타그램으로 폴댄스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여러 선생님들의 영상을 접하게 되다 보니, 남자 폴댄서분들을 알고리즘에 내 피드에 많이 노출 된다. 남자 폴댄서는 대부분 고정폴을 쓴다. 고정폴은 타는 모습만 봐도 고정 되어있지 않은 폴보다 훨씬 고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폴댄스도 그 안에서 분야가 다양하다.
오늘은 수업 전에 긴 바지와 양말을 챙겨오라는 문자가 왔다. 폴수업이라고 하면 당연히 마찰을 이용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수업에서 긴바지를 입고 오라는 것일까. 마찰이 적은 폴댄스의 장르를 경험해보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마찰이 너무 강해 다칠 수 있어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분야를 탐험할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됐다.
오늘은 ‘컨템폴’이라는 수업을 받게 되었다. 지난 루틴폴 수업과 비슷하게 오늘도 역시 웜 업 없이 시작했다. 수업 시작 전 간단하게 손목, 발목을 풀어주고 어깨도 풀어주었다. 사실 수업을 하면서 루틴폴과 컨템폴의 차이를 잘 못 느낄 정도로 얼핏 보면 댄스수업이 아닐까 싶게 음악에 맞춰 동작을 외워하는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고정폴을 이용했다. 고정폴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폴에 락을 걸어 폴을 고정시켰다. 항상 궁금했던 것이 고정폴 수업이었다. 루틴 폴 보다는 확실히 바닥에서 하는 동작들이 많아 폴웨어를 입고하면 무릎이 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옷을 입은 이유는 바닥에 쓸릴까봐였다. 폴 위에서 하는 동작은 거의 없고, 폴을 잡고 회전하는 동작이 많았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무용단이 된 것처럼 음악에 맞춰 컨템폴을 해보았다. 많이 뚝딱거리긴 했지만 춤다운 춤을 춰보는 수업이라 정말 재밌었다. 폴 위에서 고강도의 동작들을 연습하는 것과 다르게 수업 1시간 내내 동작을 외우고 동작을 하느라 한파주의보가 연일 이어지는 한겨울이었지만 한파주의보가 무색하게 몸이 후끈해졌다.
오늘 거의 20가지 동작들을 했다. 외울 것이 많아 선생님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 동작 다음엔 뭐지?’를 생각하다가 정작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동작들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선생님은 선생님을 보면서 따라하지만 말고 되도록이면 외워서 내 것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다. 보고 따라하는 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그걸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힘들다.
“선생님, 이 노래는 무슨 내용이에요?” 한 수강생이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 노래가 아니고 슬픈 느낌이 나는 외국노래였는데, 선생님도 그 내용을 잘 모르는 눈치여서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슬픈, 이별”이라는 키워드만 던져주셨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얼마나 이해하고 싶었으면 그런 질문을 했을까.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지난 루틴폴 수업을 통해 폴이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다면, 오늘은 온전한 나의 춤은 무엇일까를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오롯이 나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이뤄야 진짜 내 것이 된다는 걸 새삼 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