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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연습 - 러브허그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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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클리이밍에 꽂혀있다. 잘 해서 꽂힌게 아니라 못 해서 꽂혔다. 요즘 수업에서는 다른 수강생들의 클라임 실력만 자꾸 보게 된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선생님의 영상이나 찾아보는 폴댄스 영상은 도입부만 무한 반복해서 본다. 예쁜 도입은 예쁜 만큼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클라임 잘 하는 법 같은 속성 강의들이 몇 개 있었는데 도입부를 할 때의 주의사항을 학습할 수 있었다.


첫째, 왼팔을 겨드랑이에 찰싹 붙이고 폴을 잡을 것.

둘째, 발의 반동을 주지 않고 상체를 앞으로 쏟아지듯 시작할 것.

셋째, 처음 발을 폴에 댈 때 양발 끝이 플렉스 되지 않고 발끝 포인 할 것.

넷째, 그 후 폴에 포인 해둔 발을 떼지 말고 그 상태로 끌어올리기만 할 것. 그러면 발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포인 된 상태로 클라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입문반에서 할 수 있는 실수들을 막기 위한 응급처치일 뿐, 학원에서 선생님에게 지도 받은 내용은 아니다. 이 중 지도 받은 내용은 ‘발끝 포인’ 밖에 없다. 왼팔을 겨드랑이에 꼭 붙이면 오른쪽으로 폴을 밀게 된다. 그리고 발의 반동을 주지 않고 앞으로 쏟아지듯 시작하면 적어도 폴에 점프해서 올라가지 않게 되니까 미연에 원숭이를 방지할 수 있다. 발끝포인은 합법적 플렉스 아니면 무조건 시작부터 끝까지 발끝포인 해야 한다. 원 클라임 한 후 투 클라임 할 때는 원래 발 뿐 아니라 하체를 다 떼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입문반에서는 힘도 아껴야 하고 클라임으로 인해 콤보에 영향을 최대한 안 주기 위해 이런 방법을 알려준 것 같다.


그래도 유튜브에서 배운 내용이 꽤 효과적으로 응급처치가 되었던 처방이었다. 특히나 첫 번 째 방법이 내게 꽤 효과가 좋았는데, 왜냐면 내가 하던 나쁜 버릇 중에 하나가 몸이 전반적으로 폴에서 멀리있어 전 보다 폴에 가깝게 설 수 있었고, 두번째 방법도 내게 꽤나 효과가 좋았다. 원숭이를 막았다. 물론 선생님 성에는 다 안 차겠지만 나 혼자만 뿌듯해했다.


아직 클라임을 할 때 폴 앞뒤로 포개는 클라임 발모양이 예쁘지 않아 아쉽다. 마음으로는 이미 발끝 포인이 되었는데 항상 보면 발목이 꺾여있다. 폴이 도는 순간부터 폴 아래서부터 발끝 포인이 되어 있다. 폴댄서의 정신은 발끝에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콤보가 꼬이거나 동작이 버거워지면 어김 없이 발끝이 풀려있다.


포인도 항상 어려운 게 폴 위에서는 꼬여있는 팔과 다리를 신경 쓰느라 발끝 포인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서 무조건 발에만 힘을 주게 되고 순간적으로 이해하기로는 발끝 포인이 되어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막상 찍힌 영상을 보면 발끝 포인이 아니라 플렉스가 되어있는 경우들이 많다. 발에 쥐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발끝이 아닌 엄한 곳에 힘을 주어 그런 것일 수도,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발에 힘을 줄 때 엄지발가락 끝에 힘을 주고 발목과 발의 방향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그마나 발이 플렉스 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발끝포인이 잘 되면 발바닥에도 힘이 들어가야 되고 종아리에도 힘이 들어가야 하며 크게는 무릎까지 펴서 곧은 다리를 만들어주어 전체적으로 라인을 예쁘게 만들어준다. 폴댄스 영상을 보다보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키 커 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건 다 발끝 포인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끝’은 몸의 끝이 지만 폴에서만큼은 ‘시작’이다.


오늘은 클라임 때문에 서두가 길었는데, 새로 배운 동작은 ‘러브허그’다. 러브허그라는 동작은 정말 허그한 모양을 하고 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신기한 동작이다. 오금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폴이 뒤에 있고, 고개는 오른 쪽으로 기울어져있고,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 폴 뒤로 잡고 있고 왼손도 끌어안는 모양으로 겨드랑이 쪽 폴을 잡고 있다. 폴을 잡은 손 위치나 머리 위치가 잘못되어있으면 셀프 암바가 덜린 것처럼 숨이 턱 막힌다. 러브허그를 할 때 하체는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뒤로 한껏 오리궁뎅이를 하고, 머리는 폴에 뒤통수가 닿도록 뒤로 한껏 젖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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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거울을 보니 오른쪽 고관절에 새빨간 멍이 들어있었다. 상체를 앞으로 쏟으면서 폴에 고관절이 닿으며 든 멍인 것 같다. 멀리서 보면 넘어져서 까진 것처럼 빨갛다. 멍이 들면 항상 왜 여기에 멍이 들었을까 지난 수업을 곱씹어 보는데 앞으로 상체를 쏟으면서 생긴 멍 같다. 멍에도 종류가 있다. 착한 멍, 나쁜 멍. 착한 멍은 동작을 잘 해서 생긴 잘 든 훈장 같은 멍이고, 나쁜 멍은 동작을 잘못해서 혼나는 주홍글씨 같은 멍이다. 오늘 발견한 이 멍은 착한 멍은 아닌 것 같다. 잘 하자.


폴댄스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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