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뚫기 Jan 13. 2024

인간 본성에 비춰본 2024년 트렌드

『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 외 10명 지음

어서 오세요. 책을 읽고 소개하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계획, 새해 다짐! 비슷한 나날의 반복이지만 괜히 새해라고 하면 새로운 마음을 내보게 됩니다.


‘올해는 더 잘 살아봐야지!’


‘지피지기 불전불태’라고 했던가요? 올해를 잘 살아보려면 훌륭한 계획이, 훌륭한 계획을 세우려면 달라지는 세상을 제대로 알아야겠지요. 그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올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를 살펴보시는 듯합니다.


오늘은 2024년의 핵심 트렌드를 소개하는 김난도 외 10명의 ⟪트렌드 코리아 2024⟫ 책소개를 준비했습니다. 과연 올해를 이끌어갈 핵심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트렌드는 왜 탄생했을까요? 우구리의 독특한 관점으로 정리한 ⟪트렌드 코리아 2024⟫ 책소개, 지금 시작합니다.


김난도 외 10명, ⟪트렌드 코리아 2024⟫, 미래의 창, 2023


1. 새로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


새로운 트렌드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생성형 AI’가 세상을 뒤엎는 혁신을 쏟아냅니다.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용어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는다? 이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부디 변화하는 시대에 낙오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변화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인간의 본성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여전히 수렵·채집인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즉 우리는 ‘AI 혁명’ 시대에 수렵·채집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문명의 발달 가속도가 어마어마한 시대에 우리는 수렵·채집인으로 태어났기에 멀미를 느낄만합니다.


그런데 멀미 때문에 불행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인간의 본성’과 문명 사이에 어떤 어긋남이 멀미와 불행을 낳는 걸까요?


먼저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독서를 통해 발견한 ‘인간의 본성’ 두 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하나는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큰 성취를 이루거나 비싼 물건을 얻어도 영원한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느새 기존의 성취와 물건은 ‘당연한’ 것이 되고 맙니다.


다른 하나는 ‘인간은 모방하며 성장한다’입니다. 저는 26개월 된 아들의 아빠입니다. 요즘 제 아들은 제 모든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데요. 놀라운 것은 제 아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못하던 것을 해내고, 심지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볼”과 “뽀로로”를 조합하여 “볼롤로”라고 말하며, 그게 웃기는지 한참을 웃더라니까요.


제가 소개한 ‘인간의 본성’ 두 문장을 조합하면 이렇습니다.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며 성장하려는 존재다.



그런데 인류에게 큰 사건이 일어났고 인류는 거대한 멀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바로 SNS의 등장입니다.


2. 시대 변화의 핵심 토대, SNS


우리 인간에게 적합한 공동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인간 공동체의 크기는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가족 단위, 부족 단위, 마을 단위, 지역 단위, 국가 단위로요.


인간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면서 성장하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성장 정도를 확인합니다. 따라서 공동체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모방의 대상이 많아지고 기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문명이 더더욱 빠르게 발달합니다. 그렇기에 공동체의 크기는 공동체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공동체의 크기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까요? 상상해 보겠습니다. 한 아이가 가수를 꿈꿉니다. 부족 공동체에서 경쟁자는 부족 사람들입니다. 아이가 부족 사람들 중에 노래를 잘하는 편이라면 아이는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정체성을 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 공동체에서는 경쟁자가 조금 더 늘어납니다. 부족 공동체에서만큼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아이가 노래 실력을 갈고닦아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면 아이는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정체성을 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체가 지역, 국가 단위로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정체성을 갖기가 점차 어려워집니다. 경쟁자가 늘어나 노래로 인정받으려면 엄청난 실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공동체가 커질수록 문명은 더 발달하지만 각 분야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듭니다. 부족 단위 공동체 시절에는 부족의 수만큼 ‘노래 잘하는 가수’가 존재하지만, 공동체가 커지면 커질수록 ‘노래 잘하는 가수’의 전체 인구수는 줄어듭니다.


그런데 세상에! SNS가 등장했습니다. SNS는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가 연결되는 거대한 공동체는 참신한 트렌드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한 개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SNS는 인간의 삶을 어마어마하게 바꾸어 놓았고, 앞으로도 어마어마하게 바꿔놓을 듯합니다. 그럼 SNS가 2024년 대한민국을 또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요?



3. 2024년 핵심 트렌드, 분초사회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소개하는 2024년 핵심 트렌드는 ‘분초사회’라고 합니다. 분초사회란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사회의 경향성을 뜻하며, 구성원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책에서는 코리안 타임이 사라진 지 오래고 사람들이 시간을 사용하는 단위가 ‘분’ 단위로 쪼개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단 일 분도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도 하고,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에 열광하고, 재택근무 등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한다고 합니다.


분초사회에서 가장 큰 실례는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일입니다. 식당 예약을 했는데 음식이 늦게 나온다거나,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봤는데 재미가 없다거나, 심사숙고 끝에 물건을 주문했는데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했으니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거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가 분초사회가 되었을까요? ⟪트렌드 코리아 2024⟫는 SNS의 영향이 크다고 말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며 성장하려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공동체의 단위는 SNS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SNS에 자랑거리를 올리고 인정받는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또 사람들은 인정받기 위해 SNS를 보며 무엇을 모방할지, 자신의 성장 방향을 찾습니다.


사람들은 SNS에 무엇을 자랑할까요? 물론 비싼 물건이나 높은 지위도 훌륭한 자랑거리이지만 이는 선택받은 소수만 누릴 수 있습니다. 반면 부와 지위가 없더라도 자랑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특별한 경험’입니다.


물건과 달리 경험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경험, 즉 시간을 살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한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특별한 경험’으로 채우려 애씁니다. 돈보다 시간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하면서 시간이 돈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맛집·핫플레이스의 인증샷으로 자랑을 하는 시대다.

p.146



4. 분초사회에 대응하는 모습, 육각형 인간 · 도파밍 · 스핀오프 프로젝트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면서까지 산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며 성장해야 행복합니다. 다만 과거에는 성장하는 템포가 다소 여유로웠다면 현재는 성장 템포가 분 단위로 쪼개야 할 정도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거기에는 수십 억 명의 인류를 공동체로 묶어 서로를 비교할 수 있게 해 준 SNS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는 ‘극한 비교 사회’ ‘전 세계 인류와 경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는 분초사회(초경쟁 사회)에 대응하는 인류의 모습을 트렌드로 소개합니다. 첫째는 적응하려는 자 ‘육각형 인간’이고, 둘째는 도피하려는 자 ‘도파밍’이고, 마지막 셋째는 장벽을 치려는 자 ‘스핀오프 프로젝트’입니다.


첫째, ‘육각형 인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대상을 비교분석할 때 ‘헥사곤 그래프’를 이용하곤 합니다. 모든 기준 축이 꽉 차면 정육각형이 되기 때문에 육각형은 완벽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즉 ‘육각형 인간’이란 ‘완벽한 인간’이라는 뜻인데요. 이때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주로 외모·학력·자산·직업·집안·성격·특기 등이라고 합니다.


분초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자신의 헥사곤 그래프를 꽉꽉 채워야 합니다.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연봉, 좋은 집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SNS는 비교 기준을 지나치게 올려놓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육각형 인간이 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게다가 집안은 바꿀 수도 없습니다. 육각형 인간을 꿈꾸자니 실현할 수 없고, 육각형 인간을 포기하자니 낙오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는 도피처가 필요합니다.


도피를 담은 트렌드가 둘째, ‘도파밍’입니다. 도파밍이란 즐거울 때 분비되는 호르몬 도파민과 성장을 위해 아이템을 모으는 파밍이란 게임 용어를 결합한 말입니다. 즉 도파민이 분출될 수 있는 행동이라면 적극적으로 모아보려는 노력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도파밍’을 통해 경쟁과 성장에서 오는 압박감에서 벗어납니다. 인간이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여 성장하려는 존재인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으니 즉시적 쾌락으로 도피하는 겁니다.


반면 분초사회에서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셋째, ‘스핀오프 프로젝트’ 전략을 사용합니다. 스핀오프 프로젝트란 핵심적인 비즈니스 영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가능성을 다양하게 ‘씨 뿌리듯’ 시도하는 전략입니다. 명품 브랜드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보다 저렴한 새끼 브랜드를 만든다거나 이미 흥행한 콘텐츠의 프리퀄 같은 파생 콘텐츠를 만드는 식입니다.


가진 자들은 스핀오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의 핵심 콘텐츠를 중심으로 파생 콘텐츠를 늘려 세계관을 확장합니다. 능력 있는 개인들 또한 자신들의 핵심 분야를 살려 ‘사이드 프로젝트’를 늘려갑니다. 애플이 스마트 기기에서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듯, 엔비디아가 AI에서 엔비디아 생태계를 구축하듯, 가진 자들은 본인들의 영역을 더더욱 넓혀 갈 것입니다.



5.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며 성장하려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SNS는 전 세계 최상위급 능력자들을 우리 눈앞에 보여주기 시작했고, 높아진 눈높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성장 의욕을 잃어버리는 듯합니다.


성장 의욕이 꺾인 인간,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인간, 자신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고 인정해 주는 관계가 단절된 인간, 그런 인간은 인간답게 살기 어렵습니다. 늘 자신의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남들의 시선에 들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관계는 인간다움과 거리가 멉니다.


자꾸 이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 인간에게 적합한 공동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 대회는 4년에 한 번이면 족한 듯한데, 하물며 지역 예선도 큰 경기인데 SNS는 매일매일 세계 대회를 열어주는 듯합니다.


허접한 저의 예상입니다만. 공동체를 줄이려는 트렌드가 분명 거대해지리라 생각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는 ‘당근’ 어플, ‘리퀴드폴리탄’ 정도가 공동체를 줄이려는 흐름에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아마 머지않아 공동체를 줄이려는 트렌드는 점점 더 거대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공동체 속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점점 늘어날 테니까요.



6. 2024년 10대 트렌드 간단 소개


마지막으로 ⟪트렌드 코리아 2024⟫에 소개된 10대 트렌드를 간략히 소개드리겠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는 두 종류의 트렌드가 소개됩니다. 하나는 사람들의 가치관 및 생활방식의 변화를 담은 트렌드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경제·정책 등 제도적 변화를 담은 트렌드입니다.


먼저 사람들의 가치관 및 생활방식의 변화를 담은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초 사회 (극한의 시성비를 추구)

육각형 인간 (수치화·서열화를 통한 완성형 인간 추구)

도파밍 (도파민 + 파밍, 순간적 즉각적 재미 추구)

요즘남편 없던아빠 (유교 남편이 사라진다)

스핀오프 프로젝트 (있는 놈들이 파생 전략으로 다 해 먹는 세상, 시그니처의 중요성)

디토 소비 (가치관이 맞는 대리체의 소비를 따라 해 시간 절약. 나노 인플루언서)

돌봄 경제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세상)


다음으로 기술·경제·정책 등 제도적 변화를 담은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호모 프롬프트 (생성형 AI 관련)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소비자의 ‘지불 의향’ 측정을 통한 변화무쌍한 가격 책정)

리퀴드폴리탄 (인구 개념의 변화, 정주인구에서 생활인구로)


저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생성형 AI 시대에 적응하기를 원하신다면 ‘호모 프롬프트’에 집중해 보시길 추천드리며, ⟪트렌드 코리아 2024⟫ 책소개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또 놀러 오세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은 없다. 시간에 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