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음 상태

『The Giver 기억 전달자』

by 책뚫기

어서 오세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생을 바꾸고 있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오늘은 로이스 로리 작가님이 2007년에 쓴 SF 소설 『The Giver 기억 전달자』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아름다움은 없는 세상. 그 세상 속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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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열두 살 기념식이 걱정되는 조너스


조너스는 열한 살 남자아이입니다. 조너스는 다정한 부모님 그리고 발랄한 여동생과 함께 삽니다.매일 저녁 식사 후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서 그날 받은 특별한 느낌을 나눕니다.


어느 때와 다름 없는 저녁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이후 보육사 일을 하는 아버지는 건강하지 못한 신생아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함께 안타까워하며 아버지를 위로했습니다. 법무부 직원인 어머니는 법을 두 번이나 어긴 범법자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속상해하는 어머니를 공감하고 위로했습니다. 일곱 살 여동생 릴리는 자신을 화나게 한 친구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릴리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도 릴리가 친구의 처지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왔습니다. 덕분에 릴리는 친구를 이해하게 됐고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한 살 조너스가 말했습니다.


“저는 걱정돼요.”



조너스가 사는 마을에는 12월마다 중요한 행사가 있습니다. 이때 한 살에서 열두 살이 되는 아이들은 특별한 기념식을 맞이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데 모여 한 살부터 열두 살이 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줍니다. 그중 마을 사람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기념식은 한 살 기념식과 열두 살 기념식입니다.


12월 기념식의 시작은 한 살 기념식입니다. 매해 50명의 아기가 한 살을 맞이합니다. 원로위원회는 자녀를 신청한 가정 중에 적절한 가정을 선택하여 아기들을 배정하고 이름을 붙여줍니다. 사람들은 박수로 축하합니다.


12월 기념식의 마무리는 열두 살 기념식입니다. 열두 살이 되는 아이들은 직위를 부여받습니다. 원로위원회는 열한 살 아이들이 오락 시간과 자원봉사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면밀히 살피고 기록합니다. 그 기록을 꼼꼼히 분석하여 아이에게 적절한 직위를 부여합니다. 이후 아이들은 직업 교육을 받고, 차차 직업 세계로 나가게 됩니다.



조너스는 한 달 뒤 다가올 열두 살 기념식이 걱정되었습니다. ‘어떤 직위를 받게 될까? 받은 직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도 그럴 것이 조너스는 특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반면 조너스의 친구 벤저민은 사 년 내내 재활의 집에서 자원봉사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재활을 돕는 기계 장치를 발명했습니다. 다른 친구 피오나는 주로 노인의 집에서 봉사했고, 모범적인 동시에 유머 감각도 아주 뛰어났습니다.


조너스는 아버지의 위로에 애써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그리고 조너스도 알고 있었습니다.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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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열두 살 기념식


12월 기념식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드디어 열두 살 기념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맨 처음 연설은 마을 지도자인 수석 원로가 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차이를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을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행동을 표준화했습니다. 스스로를 모둠에서 떨어져 나가게 할지도 모르는 각종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배워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여러분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경의를 표합니다. 그 차이들이 여러분들의 장래를 결정했습니다.”


비로소 직위 받기 기념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해 첫 번째로 태어난 1번 아이는 무대에 나가 양식장 직원을 직위로 받았습니다. 2번 아이는 산모 직위, 3번 아이는 여섯 살짜리들을 가르치는 교사 직위를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18번 아이가 직위를 받고, 드디어 19번 조너스의 차례였습니다. 그때 수석 원로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20번, 피에르”


'실수인가?' 조너스는 수석 원로님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조너스는 수석 원로님에게서 어떤 실수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조너스의 차례를 건너 뛴 채 그다음 21번, 22번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모든 아이의 직위가 발표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혼란이 피어올랐습니다. 조너스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석 원로가 입을 열어, 조너스를 무대 위로 올라오게 했습니다.


“조너스는 직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조너스는 선택되었습니다.”


“조너스는 다음번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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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늘 같음 상태’ 속 기억 보유자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인류는 ‘늘 같음 상태’를 선택했습니다. 날씨를 통제하여 매일 같은 날씨를 만들었습니다. 눈도 오지 않고 비도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식량원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인류는 배고픔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감정과 욕망은 ‘늘 같음 상태’에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무분별한 출산, 전쟁, 폭력 등은 인류를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류는 출산과 감정을 통제하였습니다.


인류는 출산을 통제하기 위해 성욕 억제제를 복용했고, 산모 직위를 받은 소수에게 출산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기억 보유자’를 선출했습니다.


‘기억 보유자’는 두 가지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하나는 인류의 모든 기억을 보관하는 금고 역할이었습니다. 기쁨, 즐거움, 반가움, 슬픔, 분노, 좌절, 폭력, 살육, 전쟁, 고문, 죽음 등. 지나치게 들뜨고 괴로운 기억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지 않게, 그 모든 기억을 가둬두는 역할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인류에게 지혜를 나눠주는 역할이었습니다. ‘늘 같음 상태’ 속에서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원로위원들은 기억 보유자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기억 보유자는 자신이 가진 수많은 기억들에 비추어 적절한 답을 주었습니다. 자신의 기억은 결코 말하지 않은 채.


기억 보유자는 늘 외롭고 괴로웠습니다. 괴롭고 잔인한 기억들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마다 기억 보유자는 홀로 공포에 떨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기억에 담긴 감정을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자신과 비슷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너스는 늙어가고 쇠약해져 가는 기억 보유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이제 ‘기억 전달자’가 되어 새로운 ‘기억 보유자’인 조너스에게 자신의 기억을 하나하나 전해주었습니다. 기억 전달자는 조금씩 가벼워졌고, 기억 보유자인 조너스는 조금씩 무거워졌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기억 전달자가 괴로운 기억에 사로잡혀 공포에 떨 때를 제외하고, 기억은 조너스에게 하나씩 하나씩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습니다.




l 10년 전 임무해제 된 기억 보유자 ‘로즈메리’


조너스는 자신이 기억 보유자가 되기 10년 전, 다른 기억 보유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억 전달자에게 물었습니다.


사실 조너스가 기억 보유자가 되기 10년 전, 로즈메리라는 여자 아이가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로즈메리는 단 5주 만에 기억 보유자의 직위를 포기하고 ‘임무 해제’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로즈메리가 사라지자 로즈메리가 간직했던 기억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되돌아갔습니다. 한동안 그 기억들이 마을 전체를 휩싸고 돌았습니다. 이전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로즈메리가 간직했던 기억은 5주 동안 받은 기억뿐이었습니다. 물론 끔찍한 기억도 있었지만 대부분 행복한 기억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즈메리를 잃은 슬픔과 실패했다는 느낌에 망연자실했던 기억 전달자는 한동안 마을 사람들을 도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기억 전달자가 다시 흩어진 기억을 모두 회수한 뒤에야 마을에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원로위원회는 ‘기억 보유자는 임무해제를 신청할 수 없다’는 규칙을 추가했습니다.


조너스가 기억을 전달받은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조너스는 1년 전에 비해 무거워졌고, 힘들어졌고, 무엇보다 외로워졌습니다. 조너스는 더 이상 예전처럼 친구들과 인사하거나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되나요?" 5주가 아닌 1년 동안 받은 기억을 가진 조너스가 사라지면? 기억 전달자는 마을 사람들이 그 많은 기억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울 거라 말했습니다. 그러자 조너스가 답했습니다.


“맞아요. 제가 기억들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기억 전달자님이 저를 도우셨기 때문이죠.”




l 임무 해제


조너스의 마을에는 ‘임무 해제’라는 게 있습니다. 임무 해제는 세 가지 경우 행해집니다.


첫째는 형벌로써 임무 해제입니다. 마을의 중요한 규칙을 세 번 어기는 사람은 임무 해제됩니다. 둘째는 노인의 임무 해제입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오랫동안 장수해 온 노인들에 대한 축복의 시간입니다. 셋째는 신생아의 임무 해제입니다. 기준에 미달한 신생아나 쌍둥이의 경우 몸무게가 덜 나가는 경우 임무 해제됩니다.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에게 보육사인 자기 아버지가 오늘 쌍둥이 아이 중 하나를 임무 해제한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자 기억 전달자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뻘쭘해진 조너스가 그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흘리듯이 말하자 기억 전달자는 '기억 보유자는 모든 기억에 접근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고, 결국 조너스는 녹화된 쌍둥이의 임무 해제 영상을 보게 됩니다.


영상 속 조너스의 아버지는 쌍둥이를 차례대로 저울에 올려 몸무게를 쟀습니다. 아버지는 두 아이 중 몸무게가 더 나가는 아이를 조수에게 넘겼고 조수는 아이를 들고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남은 한 아이가 침대 위에서 꼼지락거렸습니다. 아버지는 몸을 돌려 서랍장에서 주사기와 작은 병을 꺼냈습니다. 주사기에 맑은 액체를 다 채운 아버지는 주사 바늘을 연약한 아기 이마 위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맥이 뛰는 부위를 찔렀습니다. 아기가 꿈틀대며 힘없이 울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천천히 액체가 다 없어질 때까지 주사기를 눌렀습니다. 아기는 경련하듯 팔다리를 움직였고, 끝내 두 눈을 반쯤 뜬 채 아기의 고개가 옆으로 떨어졌습니다.


‘아기를 죽였어! 아버지가 아기를 죽였어!’


조너스의 마음속에서 어떤 울부짖음이 터져 올라왔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끌어 올라왔습니다. 이내 비명과 같은 소리가 되어 조너스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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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우리의 현실은 확실히 더 아름다운가?


이후 기억 전달자와 조너스는 한 가지 작당모의를 합니다. 그 작당모의는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운동이기도 합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여러분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조너스가 살고 있는 세계 중 어떤 세계를 선택하시겠나요? 물론 저는 지금 세계를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사는 세계가 조너스가 사는 세계보다 아름답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을까요?


조너스 세계는 ‘늘 같음 상태’를 추구하기에 수많은 다양성을 통제합니다. ‘다름이 틀림’이 되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무엇보다 출생아 수를 통제하고자 쌍둥이가 태어나면 몸무게가 덜 나가는 아이를 안락사하는 장면은 너무너무너무 충격이었습니다. 17개월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너무 괴로워 조너스와 함께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희생을 감안하면 조너스 세계는 무척 평화로운 세계입니다. 전쟁도 없고 갈등도 없고 다툼도 없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가정을 꾸릴 수 있고, 가정 폭력이나 방임 등 학대를 받는 아이도 없습니다. 사회에서 단절되어 고독사하는 사람도 없고, 빈부 격차나 타인에 대한 거대한 혐오도 없습니다.


조너스 세계와 우리 세계, 어느 쪽 사람들이 더 많이 기쁘고 행복할까요? 당연히 우리 세계 사람들일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쪽 사람들이 더 많이 괴롭고 절망스러울까요? 마찬가지로 우리 세계 아닐까요?


우리는 조너스 세계가 아름답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거대한 가난과 차별에 버려진 사람이라도 우리 세계가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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