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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이 Jun 18. 2017

6월의 책 지름 보고서

알라딘 중고매장과 민음사 패밀리세일

시작은 2주 전 일요일이었다.


숭례문학당에서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작가의 책을 두 권 읽고 카카오톡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다른 이보다 늦은 4월에 참석했지만 사오월은 도대체 책을 읽을 염두가 나지 않아 중간에 그만 두었다. 6월부터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재밌게 이야기해보고자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 읽어야 할 책을 추렸다. 열네 권의 책 중에 절반인 여섯 권만 책장에 있었다. 이렇게 함께 읽어야 할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리기보다는 직접 사서 낙서도 하고 망가뜨리면서(?) 읽어야 제맛이다. 그래서 없는 책은 모두 사기로 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에 포함된 두 권은 그 다음 주에 있을 민음사 패밀리세일에서 사기로 했고, 남은 다섯 권은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구하려고 했다. 열심히 검색하니 우연찮게도 알라딘 신림점에 구해야 할 책이 모두 있었다.


정미경 두 권, 성석제 두 권, 박민규 한 권, 쿤데라 한 권. 원래 계획이라면 이렇게 여섯 권만 들고서 산뜻하게 매장을 나왔어야 했는데 서가에 꽂힌 책들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소설부터 시작해 인문, 사회과학, 과학, 신간을 쭉 훑다보니 어느새 철제 바구니가 책으로 가득했다. 고민하다가 몇 권은 덜어내고 고른 열다섯 권을 계산했다. 알라딘에서 상금으로 적립금을 듬뿍 줘서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 많은 책을 집으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총 10만원 정도였다)


이날 사온 책들이다. 앞서 말한 여섯 권을 제외하고 세 권을 더 가져왔다. <쇼코의 미소>는 살까말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워낙 평이 좋아서 집었다.(베스트셀러를 읽는 데 부끄럽지 않아요!) <살인자의 건강법>은 갑자기 꽂혀서 들었다. 그렇게도 유명한 아멜리 노통브의 대표작인데 여태까지 읽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을 무릅썼다. <나의 친애하는 적>은 긴 고민 끝에 선택했다. 혹자는 SNS에서 허지웅의 모습을 싫어하지만 적어도 그의 에세이는 끝내준다. 마지막으로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전자책으로도 있지만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싶었던 책이다. 읽으면서 백이면 백 운다는데, 과연 감정에 메마른 나는 어떨까.


다음은 문학 외의 것들이다. 워낙 평들이 좋은 책들이라 고민도 하지 않고 서가에서 꺼냈다. 특히 <면역에 관하여>가 기대된다. 요즘 엄마들의 자연주의 치유법 - 백신이나 약을 처방하지 않는 행위가 큰 논란이 됐다. 그에 관련된 책이라고 들어서 큰 관심이 생겼다. <예술 수업>은 회사 독서 동호회에서 초창기에 함께 읽었던 책이다.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지만 책을 함께 읽었던 회원들은 대부분이 독서 초심자임에도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예술에 관심이 1도 없었는데 조금 기웃거릴 마음이 생겼다래나 뭐래나.



그 다음은 저번주 토요일에 다녀온 민음사 패밀리세일 행사다. 도서정가제 전에는 민음사 도서 중 리퍼브 도서를 무조건 50% 가격에 팔았다. 그때 두 번 정도 가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0권 정도와 스티븐 킹 작품을 많이 사왔다. 도정제 후에는 리퍼브 도서도 반값 할인 같은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어서 관심을 끊었다. 듣자하니 기본 10% 세일에, 북클럽 회원에게 지급됐던 포인트를 사용해 추가 할인이 가능했다. 이전에 북클럽 가입한 이력에 올해 가입까지 쳐서 포인트가 8만 점 정도 있었다. 게다가 중고 도서를 가져가니 책 금액만큼 당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줬다. 덕분에 팔려고 쌓아뒀던 책을 몽땅 털어 포인트 14만 점을 더 쌓았다. 총 22만 포인트! 계산으로는 대략 정가 48만원어치의 책을 살 수 있었다. 많이 살 수 있네, 하다가도 저번에 갔던 패밀리 세일에서는 50% 할인가로 30만원이 넘는 책을 샀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흐음.


김영하의 명언을 실천 중이다. 물론 책을 잘 읽지는 않는다. 사모으는 걸 좋아할 뿐. 쇼핑 중독이다.


대락 40권의 책을 골랐다. 생각지 못했던 책을 몇 권 찾아서 눈물을 훔치며 다시 서가에 꽂아둔 책도 많다. 중고도서를 더 가져갔어야 했다. 다음 행사 때는 작심하고 잔뜩 가져갈 예정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중간중간 어? 이게 왜 없지? 했던 책들과, 저어어번 행사 때는 살 수 없었던 300번 이후의 신간 위주로 골랐다. 솔직히, 2/3 정도는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다른 매력적인 책들이 많았기 떄문이다. 예를 들면,


이 아름다운 책등을 보라!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쭉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 시리즈가 있길래 모두 다 가져왔다. 특히 여덟번 째 책인 김엄지의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은 마지막 남은 한 권을 겨우 챙겼다. 그런데 얘만 책등 질감이 다른 걸 보니까 잘못 샀나… 싶다가도 시리즈의 아름다운 표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헤벌쭉한다. 표지의 디자인과 질감은 전자책이 영원히 따라가지 못하는 감각이다. 물론 이 감각마저 구식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게다가 마지막 권인 최영건의 <공기 도미노>는 출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가에 있었다. 앗싸 득템, 하면서 후딱 챙겼다.






마지막은 일반도서군. <롤리타는 없다>는 되게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한참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을 때 눈에 띄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양에 비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냈다. 이런 좋은 기회라니. <HHhH>와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민음사 책인줄 몰랐는데 서가를 샅샅히 뒤지다보니 우연히 찾았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언젠가 읽어야지 했는데 양장본이 떡하니 있길래 그래, 나는 양장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상징성이 있고 무엇보다 ‘예쁘니까’란 생각으로 들였다. <혐오와 수치심>은 마사 너스바움의 걸작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한 달 동안 힘겹게 읽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더만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구나… 골라왔지만 막상 읽기 두려운 책이다. 마지막으로는 릿터! 아 세상에 릿터가 여기 있을줄은 몰랐다. 못 모은 세 권을 꺼내들었다.


그 와중에 사진은 없지만 이동진과 금정연의 신작도 샀…다. 읽으라는 책은 안 읽고 책에 대한 책(메타북)만 죽어라 읽고 있다. 완전히 어렵고 복잡한 걸 싫어해서 회피하려는 형국이다. 도서관에서는 왜 여섯 권이나 빌려온 걸까. 나는 그냥 책을 읽고 있다는 위안을 가지고 싶은 걸까. 하아. 이렇게 사기만 하고 읽지는 않으니(두 번의 민음사 패밀리세일에서 들여온 책 중 10%도 안 읽었다) 그저 겉으로만 나 책 읽소, 라고 티내는 느낌이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쉽고 얇은 책만 찾으려고 한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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