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헌이 Mar 28. 2019

문장들 - 일상철학잡지 <뉴필로소퍼 4호>

뉴필로소퍼 4호 - 바다출판사, 2018

#(201903)


충만한 삶을 위한 놀이  _올리버 버크먼(<가디언> 칼럼니스트・작가)

시간을 도구화하고 그에 따른 무의미함을 절감하는 일이 비단 인생의 한 시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선진국의 표준적인 시간 경험 방식이다. 최근 수십 년간 생산성을 추구하는 기조가 업무 현장 너머까지 전파되면서 삶의 나머지 부분마저 지배하게 되었다. 명상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더 많이 자고 쉬면서 명상하고,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권고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미래 업무에 대비하기 위한재충전의 시간일 뿐이다. 그 활동 자체에서 본질적인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_20쪽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처음 더 많이 쉬라는 조언에 귀 기울였을 때 빠졌던 잠재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모종의 현실 도피, 즉 생산성과 성취를 위한 분투에서 벗어나 노력과 에너지가 별로 들지 않는 소일거리에 빠지는 일이라고 오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장 소파로 직행해 수준 낮은 TV 방송을 몰아보거나 웹서핑을 하며 멍하니 몇 시간씩 보내게 될 뿐이다. 이런 활동에서 얻는 일시적인 즐거움은 우리를 금세 지치게 할 뿐 아니라 정신 상태 자체를 침체시키고, 처음 시작할 때보다 한층 더 불쾌하고 심란하게 만든다.  _21쪽



놀이, 심각한 동시에 사소한  _에밀리 라이알(글로스터셔 대학교 스포츠・운동철학 부교수)

캐나다의 철학자 버너드 슈츠는 게임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그는 스포츠가 게임의 하위 분류라고 보았다) 이러한 사소함과 심각함 사이의 모순을 발견했다. 그는 게임이 ˝반드시 극복할 필요 없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 라는 간단명료한 해석을 내놓았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게임을 할 때 굳이 성취를 어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공을 땅바닥의 구멍에 집어넣고 싶다면 직접 들고 가서 손으로 넣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우리는 굳이 골프 클럽이라고 불리는 가느다란 쇠막대로 같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_33쪽



어린아이처럼 놀자  _에드 스미스(크리켓 해설가・작가)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너무 빨리 나이 드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자주 충격을 받는다. 이는 그들의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유희를 즐길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우리는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놀기를 멈춘 것이 아니다. 놀기를 멈췄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놀기, 즉 진짜로 노는 일은 어렵다. 놀기는 열심히 노력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노력은 쉽다.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칭찬받고 싶은 선수는 질 준비를 해야 한다. 문제는 고된 일의 노예가 되기보다 그것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기계야˝ 라는 말 대신 ˝그는 놀이에 흠뻑 빠져있는 아이 같아˝ 라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해야 한다.  _67쪽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짐 뒤에 느껴지는 쓸쓸한 먹먹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