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신장식, 한겨레출판, 2023
1. 신장식 변호사는 TBS와 MBC에서 라디오 DJ로 활약했고, 현재는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라디오 진행하며 매일 내보냈던 '신장식의 오늘'이라는 이슈 단평을 주제별로 모아 엮은 책이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이다.
2. 이 책을 읽고 나면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정말 무도한 정권이다. 검찰이라는 무소불위의 힘을 업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않는 이들을 업박하는 권력이다. 소통은 없고 일방적인 압박과 명령만 있을 뿐이다.
3.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짧은 기간에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보면 엄청나다.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것뿐 아니라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도 많다. 시간순이 아닌 떠오르는 대로 써보면,
정부 부처 고위직 대부분이 검찰 출신 / 적법을 빙자한 편법으로 장악한 방송통신위원회 / 고발 사주 의혹 / 김건희 여사의 수많은 의혹 / 화물연대 폭력 때리기 / 그놈의 카르텔, 카르텔, 카르텔 / 알앤디 예산 깎고는 과학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소리 함 / 국회 입법 안건 전면 거부 / 주 69시간 / 이태원 참사 / 오송 지하차도 참사 / 실업급여로 남녀노소 갈라치기 / 삼일절, 광복절 행사에서 눈치 못(안?)챙기고 일본과 협력 외침 / 잼버리 사태 / 늑장 출근 / 윤석열차 금상 수상 박탈 /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고 / 천공 의혹 / 침수되고 있는 걸 보고서 그대로 퇴근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적극 찬성 / 바이든 - 날리면 사태 / 바이든 노룩 악수 / 영국 가놓고 조문 패싱 / 국제외교에서 실리없는 일방적 편들기로 국제적 입지 실추 / 전술핵 언급했다가 미국한테 꾸중(?) 듣기 / 위안부 -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 /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 독도가 삭제된 안보전략
이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참담하거나 가슴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기록하는 아카이브 사이트라도 만들어둘걸.
4. 사실 지극히 현재의 시각으로 모든 의사결정의 결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100% 논리대로만 돌아가지 않기에, 국내외 정치적 결정이 수년 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바보 같은 결정일지라도 나중에 여러 상황과 맞물려 예상치 못한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우리가 외교적으로 등을 돌린 중국과 러시아가 갑자기 붕괴해, 그쪽에 관심을 하나도 주지 않은 우리 선택이 옳았음을 뒤늦게 알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 만약은 없듯, 미래에 대한 극단적 가정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로또 당첨을 기대하고 인생 계획을 세우지 않듯이 말이다.
5. 이는 국제정치에 국한된 얘기고, 지금 권력자들(정권이나 여야를 따로 나누지는 않겠다. 비판받아야 할 이들이 어느 쪽에 '더' 많은지는 자명하지만)이 노동자, 약자, 소수자를 멸시하고 차별하는 태도는 명백히 잘못됐다.
6.
노자 <도덕경> 임위장 편에는 ‘천망회회 소이불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늘의 그물은 엉성해 보여서 악인들이 사람들을 속이고 세상까지 속이면서 한때 번영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하여 패망에 이르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_178쪽
이는 자연스레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를 외면하면 그 대가는 토론장에서의 배제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하고 행동할 때 세상은 아주 조금이나마 바뀐다. 세상은 옳은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은 오직 국민에게서 나온다.
7. 2023년 6월, 천주교 신부님의 미사 중 한 대목을 인용하며 부족하고 오만하지만, 희망 섞인 글을 맺는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윤리, 선, 신앙, 정직을 비웃으며 도덕적 타락의 상태를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착하고 성실한 것이 가치 이다는 인류의 오랜 경험을 한껏 조롱하였다. 한 인간으로서야 언제까지나 형제로 받아들이겠지만 개인적 이익을 지키려고 서로 다투게 하고, 새로운 형태의 폭력과 잔인함이 발생하도록 만드는 그를 차마 인정할 수 없다. 이유는 오직 하나, 그가 하느님을 무시하고 하느님의 사랑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슬프다.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꿈. 너만 목숨이 있다더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 땅 위를 기어다니는 것들, 물속에서 헤엄치며 살아가는 것들도 제각각 귀한 목숨을 가졌으니 다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이루자는 아름다운 꿈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사람이 사람답기란 이토록 힘든 일일까. 하지만 우리는 믿는다. 비극과 몰락의 시간 속에 환희와 영광의 때를 간직하는 무덥의 비밀을. 발악하는 자에게 발선으로 맞서자. 사랑은 지치는 법이 없다. 꺾이지 않는 사랑을 나누어 갖자.
창립의 초심을 떠올리며,
2023년 6월 12일 원주교구 봉산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아멘. _236, 2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