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계 - 녹차빙수, 구픽, 2023
'YG의 책걸상' 팟캐스트 2023년 결산편에서,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의 김혜정 대표가 흥미롭게 읽었다고 추천한 책, 『바깥세계』. 낯선 작가의 낯선 책이었지만 팟캐스트와 그믐에 대한 신뢰가 있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사는 시의 모든 도서관에 이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책을 구매해 읽었다.
장르문학 작가 녹차빙수의 이번 작품집은 위어드 픽션을 위시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위어드 픽션이란 초자연적이고 기이한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전통적인 공포물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르를 말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인간의 이성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공포를 다룬다. 이 작품집에서 녹차빙수 작가는 SF에 동양의 토속신앙을 결합하기도 하고, 크툴루 신화처럼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에서 비롯되는 공포를 그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만큼의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단편들은 소재와 이야기 전개 사이의 불균형이 다소 눈에 띈다. 신선한 소재를 가졌으나 풀어내는 방식이 미숙한 글이 있는가 하면, 소재는 평범하지만 전개와 결말이 좋은 글도 있다. 두 가지 모두 뛰어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종합적으로 <바깥 세계>는 내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었다. 장르적 실험과 도전은 높이 살만 하지만,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다가오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 녹차빙수 작가가 보여줄 성장과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쩌면 다음 작품에서는 소재와 이야기의 조화, 그리고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돋보일 지도 모르니까.
덧. 표제작인 '바깥 세계'의 경우, 식사 중에 읽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붉은 소스나 국물 요리는 피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