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부: 삼체 문제 - 류츠신, 자음과모음, 2023
중국 SF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년 7월, 드라마 예고편이 뜨자 원작 소설을 읽어보았는데, 상당히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삼체>는 개정판 기준 4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로, 2013년 단숨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재밌지는 않아서 후속작(2부, 3부)은 읽을 생각도 안 했다. 이번에 다시 집어 들었을 때는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 만에 모두 읽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삼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의 제목은 '삼체 문제'이다. 작가 류츠신은 천체물리학, 게임 이론, 혼돈 이론 등 다양한 과학 이론을 깊이 있게 다루며 하드 SF 소설을 펼쳐냈다.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SF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초반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매력적인 스토리 전개에 이끌려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외계 문명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언젠가 만나게 될 외계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작품 속 인물들은 미지의 존재와 마주했을 때, 그들의 도움으로 기술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그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이런 딜레마는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과 윤리적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1권은 중국의 실제 역사인 문화 대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흥미를 끌었다. 문화 대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건 중 하나였는데, 중국인 작가가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돋보인다. 그러나 중국에서 제작된 '삼체' 드라마는 문혁과 관련된 내용을 상당 부분 생략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넷플릭스 버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가 된다.
<삼체>는 훌륭한 SF 소설이지만, 가벼운 SF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 초반부는 테드 창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무거운 문체와 방대한 과학적 설명이 페이지 넘기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가 다소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는 작품 전반의 완성도를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삼체>는 과학, 철학, 문화를 아우르는 수준 높은 SF 소설이다. 소프트 SF 팬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작년에 원작 소설의 소감을 간단히 말하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 이전에 원작을 미리 읽어보는 것을 추천했는데, 실제로 도서관에서도 '삼체' 열풍이 불고 있다. SF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삼체' 시리즈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