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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이 Apr 29. 2024

집 - 우리가 떠나오고, 돌아가야 할 곳에 대한 이야기

고잉 홈 - 문지혁, 문학과지성사, 2024

문지혁 작가의 신작 단편집이다. 2022년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로 처음 알게 된 작가다. 당시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한 단편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다산책방, 2022)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중에는 SF 설정을 차용한 글보다는 일상의 편린을 그려낸 단편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번 단편집 <고잉 홈>은 내가 작가에게 기대했던, 일상을 담아낸 단편이 가득한 작품집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했고, 사흘 만에 술술 읽었다.


제목 그대로 모든 글의 주제는 '집'이다. 집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물리적으로는 내가 거주하는 공간을 뜻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집은 사랑과 정이 깃든 분위기일 수도,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편안해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성공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화려한 귀향길이 되겠지만, 실패한 후에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작가는 집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아련함, 기쁨, 그리움, 슬픔, 절망 같은 복합적인 정서가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책걸상' 팟캐스트에서, 이 책에 실린 '크리스마스 캐러셀'을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에 견줄 만한 수작으로 소개한 것에는 어느정도 공감한다. 비록 시공간적 배경이 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는 보편적인 감정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캐러셀'이 충분히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문지혁 작가의 그것은 다소 단순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이야기 안에 담긴 묵직한 울림은 독자의 가슴을 적실 만큼 탁월하다. 삶의 희노애락이 응축된 단편들을 품은 <고잉 홈>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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