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황의진, 반비, 2024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까지, 우리는 수많은 셀카를 경험한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어디에서든 셀카를 찍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카페, 심지어 길을 걷다가도 말이다. 이런 셀카 문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두드러지는데, 이런 현상을 두고 나르시시즘의 만연이라 말하기도 한다.
사회학자 황의진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에서 이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인가?” 저자는 여성들의 셀카 문화를 단순한 자기애의 표출이 아닌, 복잡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셀카를 찍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시작으로, 여성들이 사진의 주체로 변모하는 과정, 셀카를 찍는 감정과 순간, 그리고 셀카의 위험성과 소통 도구로서의 기능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를 통해 저자는 셀카 문화의 다층적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2장 '피사체에서 일상의 촬영자까지'다. 이 장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에 사진 기술이 도입된 19세기 말부터 셀카의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2000년대까지의 시간을 훑는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과거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셀카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의 전반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존 버거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말했듯이,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한 젠더 구도가 회화와 사진에도 구조화된다(37쪽). 이로 인해 바라보는 자(사진가)와 바라보이는 자(피사체) 사이의 권력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이런 차이를 없애버린다. 남이 나를 찍던 과거에서 나 스스로를 찍는 현대로 오면서, 약자의 위치에 놓였던 피사체는 스스로 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으로서의 권리를 되찾는다. 책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빈틈없이 자연스럽게>가 주는 시사점은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셀카는 이제 단순한 사진을 넘어 자기표현과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동시에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대변한다. 또한 SNS에 자기 사진을 게시하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습을 공유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너 좋으라고 올리는 것 아니다'라는 주장의 대립은, 어느 쪽도 완벽하게 선택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 우리를 놓이게 한다. 물론 사진을 찍는 이의 주체성을 생각하면 후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셀카 문화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길거리에서 셀카를 찍는 이들을 볼 때마다 '저들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그것이 바로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