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원고 투고 노하우
'내 책을 내고 싶다.'라는 목표가 생긴 당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장 쉽고 직관적인 방법은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보내는 것이다.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개는 출판사로부터 집필 의뢰를 받거나, 반대로 예비 작가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식으로 출간 작업이 이뤄진다. 원고 투고 방법은 간단하다. 출판사 메일로 원고 일부와 자신의 약력, 기획안 등을 정리해 보내면 보통 늦어도 한 달 안으로는 가타부타 답신이 올 것이다. 출판사 측으로부터 'YES'라는 답변이 오면 해당 편집자와 미팅을 해 계약 조건 및 출간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작가로서 첫발을 떼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진행된다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원고 투고' 과정에 있다. 이번에는 현업에 종사 중인 출판 편집자로서 원고 투고와 관련된 몇 가지 팁을 공유하겠다.
1. 출판사 선정 및 투고 방법
일단 예스24, 교보문고 등 아무 인터넷서점에 들어가서 자신이 내고자 하는 분야의 책들을 쭉 훑어보자. 예를 들어 동기 부여와 관련된 자기계발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 자기계발로 유명한 출판사가 몇 개 보일 것이다. 그 출판사들을 추려 정리한 다음 각 출판사의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보자. 따로 별도의 투고 방법을 고지한 출판사도 있을 것이고, 투고 링크를 걸어두거나 이메일을 명시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해당 출판사에서 투고 형식과 방법을 정해두었다면 최대한 그것을 따르는 것이 좋다. 모 출판사에서 'A'라는 형식으로 투고해달라고 제시했는데 자기 좋을 대로 'B' 형식으로 원고를 투고한다면? 당연히 그쪽에서 거들떠도 안 볼 확률이 높다. 해당 분야에서 유명한 거물급 인사나 밀리언셀러 작가가 아니라면 아마도 휴지통으로 곧바로 직행하지 않을까?
또 하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은 출판사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인문학에 강점이 있는 출판사에 시집을 의뢰하고, 투자서에 강점이 있는 출판사에 역사책을 의뢰한다면 컨택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최소한 해당 출판사가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고, 어떤 색깔을 가진 곳인지 정도는 파악하고 메일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원고를 직접 투고하거나 우편물로 보내는 건... 개인적으로 정말 '비추'다. 편집자도 직장인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고 최소한 타이핑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컴맹이 아닌 작가와 일하기를 원한다. 글이 정말 끝내주게 좋지 않은 이상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컴맹 작가와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컴맹이 아니더라도 '직접 만나서' 원고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서 출판사까지 찾아가는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편집자에게 '앞으로 이 사람과 일하면 피곤할 수 있겠다.' 하는 인상을 남기기 쉽다.
'아니 내 시간 들여서 어렵게 쓴 원고를 투고하는 건데 왜 이렇게까지 출판사 눈치, 편집자 눈치를 봐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가? 출판 과정은 원고만 틱 넘긴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편집자와 러닝메이트가 되어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하며 책을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책이 나오기까지 1~2년 이상이 걸릴지 모른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지난한 과정을 자신과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헤쳐나가고 싶을 것이다. 자신이 김훈 작가님처럼 능력이 정말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손글씨 원고를 투고하거나, 직접 출판사에 찾아가 자신의 원고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필하는 일은 자제하도록 하자.
2. 기획안 및 요약글은 필수
편집자들은 정말 바쁘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정말 바쁘다. 데드라인이 명확인 일을 하다 보니 매 순간 시간에 쫓긴다. 투고 원고를 철자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느낌이 팍 오는 원고라면 앉은자리에서 만사 제쳐두고 다 읽겠지만 보통은 눈으로 쭉 훑고 끝이다. 그래서 원고 일부와 함께 기획안과 요약글을 보내는 것이 좋다. 기획안의 형식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왜 이 책을 쓰게 됐는지 자기소개와 함께 그 의도를 적고, 방향과 콘셉트, 유사 도서, 목차 등을 나열하면 된다. 특히 유사 도서가 중요한데 그냥 유사한 도서를 정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유사 도서는 기존의 책과 앞으로 내가 쓸 책이 어떻게 다른지, 즉 어떤 차별점이 있고 앞으로 나올 내 책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 드러내기 위해 적는 것이다. 기존의 책과 별 다를 바 없다면 사실 크게 매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리고 앞서 '코드'라는 말로 뭉뚱그렸는데, 요약글을 함께 보내면 편집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참 일머리가 있고 같이 일하기 편하겠다.'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요약글을 보낸다고 해서 100% 출간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산점은 붙는 셈이다.
추가로 자기를 소개할 때 거짓말을 하거나 무용담을 과시하는 등 자기 자랑을 열거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냥 담백하게 간단한 약력과 소개 정도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재무설계사고 재테크 책을 쓰고자 한다면 그냥 간략히 '어느 회사에 소속된 재무설계사고 업력은 OO년' 정도면 충분하다. '무슨무슨 상을 받았고, 최다 실적을 기록했고, 억대 연봉이고, 운용하는 액수가 얼마고 어쩌고저쩌고...' 줄줄이 늘어놓아봤자 도움이 안 된다. 자랑은 SNS에서만 하자.
3. 전체메일은 제발 그만
출판사마다 개별로 메일을 보내는 게 귀찮기 때문일까? 간혹 참조에 출판사 수십 개를 넣어 한 번에 발송하는 분도 계신다. 이런 경우 나는 아무리 원고가 좋아도 연락을 피하는 편이다. 출판사끼리 경쟁을 붙이는 것도 아니고, 굳이 눈치싸움을 하면서 해당 작가와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 편견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전체메일로 발송하는 원고 중에 괜찮은 원고는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간혹 메일을 보내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출판사에 전화해 원고는 봤는지, 내부 반응은 어떤지, 컨택이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해달라며 닦달하는 분도 계신다. 검토가 늦고 연락을 못 한 건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1~2주도 기다리지 않고 출판사로 계속 전화를 하면 ㅠㅠ 편집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다. 솔직히 이 경우 앞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더라도 얼마나 출판사를 들들 볶을지 눈에 훤해서... 원고가 정말정말정말 좋아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진다. 일단 원고를 보냈다면 조금은 끈기를 갖고 기다려주자.
4. 상업성
거절이 잦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진지하게 자신의 원고가 '상업성'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니 나는 세상을 빛내는 위대한 책을 썼는데 그깟 상업성이 무슨 상관이야?' 하는 경우는 아마도 없겠지만... 일단은 출판사는 말 그대로 출판'사'다. 즉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글일지라도 최소한의 상업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자신의 글이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과연 이 책을 누가 사서 볼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된다. 20대 젊은 여성,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30대, 미혼 남성, 노년을 걱정하는 50대, 사회초년생 등 머릿속에 딱 떠오른 독자층이 없다면 콘셉트부터 다시 돌아보거나 글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내 글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위대한 글이야!'라는 자신감이 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타깃층이 명확한 편이 좋다. 훗날 책의 제목, 디자인, 글의 색깔도 그러한 부분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