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수십 년간 남의 문장을 다듬을 일을 해왔다. 출판 현장에서 외주자로서 전문적으로 문장을 고치고 다듬는 일을 해온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내가 기대한 부분은 문장을 쓸 때 범하기 쉬운 안 좋은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그런 노하우를 조금이나마 배우는 것이었다. 평소 문장을 쓰거나 고칠 때 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안 좋거나 잘못된 문장을 예문을 통해 소개하고 직접 바른 방향으로 고치면서 글을 다듬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런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쭉 그런 팁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이사이 삽화처럼 소설(혹은 소설 같은 수기)을 넣어 집중력을 잃지 않게 돕는다. 소위 '글'로노동자로 일하며 느낀 저자의 고충과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다.
아마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면, 사이사이 끼어 있는 소설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그만큼 나름 감동도 있고 반전도 있다. 소설의 줄기는 이렇다. 어느날 '나'는 함인주라는 사람으로부터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는다. 그의 정체는 과거 내가 외주 교정을 본 책의 저자였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메일에는 각자의 고민과 고뇌가 담겨 있다.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그 글을 다듬고 고친 사람이 서로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끝에는 무릎을 탁 치는 반전이 나오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비밀로 하겠다. 여하튼 일전에 후루룩 읽은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과 같은 책을 생각했는데, 좋은 쪽으로 전혀 달라서 만족스러웠다.
처음 일을 배울 때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정교열 일이 내게 딱 맞는 일이라고 확신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엉덩이가 무거워 보이는 것뿐이다. _43쪽
'ㅡ시키다'를 붙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조 동사 '주다'까지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가령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라고 할 때처럼. _143쪽
20년 넘게 이 일을 해온 작가가 교정교열을 볼 때 마음에 두는 원칙은 '문장은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다'뿐이라고 한다. 글이란 글쓴이의 개성을 담고 있어 옳고 그름을 논하기 어렵다. 비문일지라도 쓴 사람이 만족한다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문법에 맞게 글을 쓰고, 복잡하고 난해한 표현을 좀 더 직관적으로 바꾸는 일을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다. 사실 교정교열이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비문, 오문이 '게으름'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시적 허용과 같이 어떤 의도가 깔린 비문, 오문이 아니다.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이 게으름에 대해 언급한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라고 언급한 예문을 보고, 내 문장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습관과 무의식의 탓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함을 추구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분량이 적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는 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