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9 <나의 기록학교> 열여덟 번째 모임 후기
<나의 기록학교>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10월 모임이 남았지만 10월엔 ‘나만의 기록물’을 만들 계획이라 실질적인 독서 모임은 8-9월 모임이 끝나면 끝난다. 사진과 메모로 시작해 일기, 공간을 지나 이번 시간과 다음 모임에는 콘텐츠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기로 했다. 각자의 관심사가 다른 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기록과 결이 비슷한 책을 찾아 읽어볼 것을 제안했다.
각자의 관심 주제로 책을 선택하여 읽고 각자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나눌 만한 질문을 공유하면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헌데 내 욕심이 과했을까, 시간이 너무 촉박했을까. 책을 준비해 오긴 왔지만 다 읽어 온 사람은 없었고 준비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아쉽고 또 아쉬웠다.
지난 시간에 D님이 제안했던 질문인 각자 자신에게 인상 깊은 공간을 소개하는 것으로 근황 토크 나누고 각자 자신이 선택한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을 좋아하는 Z님은 ‘아침고요 수목원’의 일상을 기록한 『아침고요 정원일기』를 소개했고, 골목에 관심이 많은 D님은 오래된 골목을 기록한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를 소개했고, 맛있는 걸 사랑하는 W님은 맛집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지난 6-7월 모임 때 선물 받았던 기록 이론서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를 가져왔고, 나는 ‘을지로’라는 지역을 사진, 일러스트, 이야기(인터뷰)로 기록한 『을지로 수집』을, 꽤 오랫동안 독서 모임을 진행해 온 E님은 기록과는 관련 없는 독서모임 운영자의 노하우를 담은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가져왔다.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책을 찾는 동안 무슨 책이 좋을까, 내가 원하는 기록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마음일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족할지 모르겠다. 다만 온전하게 나의 입장에선 각자의 관점과 원하는 기록이 무엇인가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각자의 관심사가 담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너무나 다행하게도 우리에겐 질문이 있었다.
오늘 제안된 질문들은 나 아닌 다른 대상의 기록을 한 경험,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 공간을 만든다면 어떤 콘셉트로 만들고 싶은지 이렇게 세 가지였다. 이 중 두 번째 질문까지 이야기하니 시간이 다 가버려 세 번째 질문을 함께하지 못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려 한다. 내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소용없는 일이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아니 어쩌면 내 마음처럼,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신기한 일이다. 그동안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꾸자꾸 욕심이 커진 모양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행복이 없을 땐 행복을 찾거나 만드는 것처럼 무언가가 부족할 때 그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