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8월 2-3주 식생활 기록
몸은 하난데 일은 열두 가지나 되니 가랑이는 아니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정확히는 효율이 자꾸 떨어진다. 어릴 땐 체력으로 어찌어찌 버텼는데 이제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밤샘 작업이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삶의 만족도가 너무 떨어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 여겼으나 내가 나를 보는 관점이 아닌 사람들이 나를 보는 이야기에 맡겨 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3월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월급쟁이로 전환했다. 그런데 왜 때문일까. 또 밤을 새우다시피 하는 날이 많았다. 책공방 때도 바쁘긴 바빴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장기 기억의 미화일까.
여러 가지 연락에 늦지 않은 시일 내에 답변을 하고, 정해진 기일 내에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나가 밀리면 그 뒤에 일들도 도미노처럼 밀려난다. 요 며칠 전부턴 내가 왜 이렇게 바쁠까 고민을 하고 또 했다. 답은 언제나 그렇듯 해야만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면 좋은 일들의 공존이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져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도 보내야 하고, 오래오래 살게 되어 할머니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내가 원하는 삶도 만들며 살아가야 하고, 누구보다+무엇보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도 나만의 방식으로 챙겨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 그래서 더욱 분주하고 정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너무 힘이 들다.
다 내가 택한 일이라 타박할 사람도, 하소연할 사람도 없다. 자승자박까진 아니지만 내 선택에 따른 결과임은 확실하다. 이 정도를 원한 건 아니라는 어쭙잖은 말 따윈 생각도 안 하련다. 좋은 책과 좋은 일, 좋은 생각을 기반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 서로 다른 생각과 다양한 갈등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조정하고 조율하며 지혜롭고 살아가고 싶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오만’이 아니길 바라본다.
이쯤 되면 사는 일이 아주 조금은 만만할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다는 듯 나의 안위가 출렁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나의 철학을 수호하며 사유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가을이 오고 있다. 기운을 내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