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모든 일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 안그라픽스 출판

by 이승희


81. 모든 일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 안그라픽스 출판


지난 4월부터 지지난주(7월)였는데 9월이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을 함께한 책이다. 책이 내게 온 건 작년 여름이었는데, 이제야 마주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3개월 가까이 이 책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참 좋았다. 이 책은 겐메이가 2012년부터 <나가오카 겐메이 메일>이라는 이름으로 메일 연재를 한 것 중 일부를 엮은 책이다. 그래서 아침에 읽기에도, 짧은 독서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겐메이를 좋아하고 ‘진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나라서 더욱 그랬다. 딱이었다.


당시에 나는 자주 그리고 강하게 ‘ 하루를 무엇으로 시작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책 초반에 내 생각과 맞닿는 이야기가 짠-하고 등장했다. 겐메이 또한 나와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참 반가웠다. 그는 하루를 무엇으로 시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더 나아가 ‘평온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평온한 마음을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만든다’ 며, 마음을 담는 일을 위해서 평온한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모든 일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망각하거나 등한시한다. 마음은 마음으로만 존재할 때 눈에 드러나지 않는 탓이다.


“마음이 담긴 일을 하려면 먼저 내 마음이 평온해야 한다.” 이 책의 초반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야기이며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이야기다. 아마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그랬을 테고, 이 책의 편집자 또한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야기는 ‘좋은 요리를 위해서는 좋은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지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했으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요즘 나는 무엇이 좋은 줄을 몰라서 못하기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음이 더 크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정작 좋은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 좋은 물건을 만들고 싶다면서 좋지 않은 마음이나 방법으로 살아가는 이들, 자신에게만 좋은 일을 하면서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인냥 이야기하는 사람들, 자신이 한 이야기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등등. 나 또한 그렇다. 책과 함께 살아가자 하면서 생각보다 책과 가까이 살지 못하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살고자 하지만 실상은 내 삶 하나도 겨우겨우 건사해내곤 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면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에서도, 이 책에서도 한 문장을 꼽자면 나는 이 문장을 꼽고 싶다.


이와 비슷한 결로 “좋은 상사는 부하를 키우겠다는 의식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부분을 마주하며 나는 무엇이든 좋은 변화를 추구하는가, 추구하지 않는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 생각에 닿았다. 사람, 회사, 가게, 지역까지. 앞으로를 생각하는 사람과 지금 당장만 생각하는 사람과는 사고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그만두지 않겠다는 ‘지속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선 ‘지속함으로써 완성되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진정성’은 꾸준함 또는 쌓아온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이 내용도 참 좋았다.


그 밖에도 좋았던 내용 그리고 기억하고, 전하고 싶은 내용이 수두룩하다. 예전 같으면 밑줄을 긋는 것으로 모자라 조그마한 메모장에 옮겨 적고 곱씹고 또 옮겼을 텐데 이번엔 밑줄로만 대신했다. 요즘엔 채움 보다 비움에 집중하고 있기고 하도, 손목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그럴 수 없는 노릇임을 그러니까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님을 알기에 다른 방도를 찾는 중이다. 그래도!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지 않은 듯한 찝찝함이 있기에 이렇게 기록을 남기며 내가 이 책을 통해 만난 생각과 이야기 중 몇 가지를 꼽아본다.



1.
“멋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필요한 물건을 지금 바로 사지 않는 ‘인내심’을 지녔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필요에 따라 쇼핑하러 간다. 디자인이나 질감 등 일일이 신경 써서 고르고 싶지만, 시간을 우선시해 눈을 질끈 감고 산다. 편리한 사용성만 우선시 된 적당한 가격의 생활 도구가 점점 집안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 자신이 이상으로 삼았던 생활로부터 멀어진다. 그리고 그런 물건들로 이루어진 생활이 완성되어 간다. 거기에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인내’가 없다.


위 내용을 마주하며 ‘타협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의 나는 타협하는 삶을 배신처럼 여겼던 듯하다. 하나하나 봐주다 보면 원칙은 무너진다고. 허나 지금의 나는 다르다. 여러 경험을 통해 삶에 있어 타협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가를 배웠다. 이렇듯 삶을 살아가다 보면 또 함께 살아가다 보면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나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삶의 태도도 필요하지 싶다. 타협을 하고 안 하고가 중한 게 아니라 타협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가르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 더 중하다. 그게 삶의 축이다.


2.
“쇼핑은 어떤 면에서는 지원이며 무언가를 키우는 행위다."

제조업체와 에누리 없이 계약을 맺고 상품을 정가에 판매하는 작은 로드 숍 입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그 가게’를 키우고 응원하는 일로 이어진다. / 할인 상품을 사는 일이 무엇을 키우고 응원하는 일로 연결될까? / 물건을 사는 일은 사실 다양한 것을 키우고 응원하는 일이다. 또한 그런 의식을 지속하는 일로도 연결된다. 신념을 지닌 가게를 발견했다면 이웃 동네에서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이라도 되도록 그곳에서 구입하자.


언젠가부터 로드샵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옷을 사는 게 일반화되었다. 로드샵에 가서 직접 상품을 보고 입어까지 보고도 물건을 사지 않고 10~20%가량 저렴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굉장히 알뜰하고 현명한 소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남들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다간 로드샵이 모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로드샵의 물건 값이 비싼 것이 아닌 적정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나의 소비가 나만의 것이 아님을, 소비의 행위가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으로 아래의 내용도 기억할 만하다. “그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들어 그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해 소유하게 하자. / ‘그 토지에서 나온 것은 그 토지에 가서 즐긴다.’ / 특별한 물건을 멀리에서 주문해 특별하게 맛보는 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고가 결국 ‘환경 부하’를 일으킨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며 ‘훌륭한 순환’에 대해 말한다.


과거엔 멀리 있는 것이 내게 손쉽게 오는 일이 귀하고 대단하게 여겨졌으나 이제는 그 과정에서 소비되고 소모되는 것들에 주목해야 하는 시기다. 모든 일이 이렇듯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그러는 너는 얼마나 지키고 사느냐’ 혹은 ‘그렇게 다 따져가면서 어떻게 사느냐’하는 이야기가 돌아오기 일쑤다. 대답부터 하자면 실천이 어려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또 실천을 하지 못해도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방향은 알고 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똑같이 실천을 못해도 알면 시작할 수 있지만 알지 못하면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라 그런가, 컨디션이 좋아 그런가 나는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 밖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까 말까를 고민했다. 아래는 이보다 두 배 세배 많은 양에서 나의 체로 거르고 거른 내용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내가 선택한 내용이기에 내 생각과 지향이 보인다. 찬찬히 보다 보니 나, 삶, 태도, 디자인 등으로 나뉜다.


3.
자신의 능력으로 천천히 느끼고 곱씹는 방식을 버렸기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던 감동을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다면 자신이 그 일을 해결하면 된다. / 자기 언어로 말하는 사람은 대화가 매우 담백하다.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만약 변한다면 그것은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는 변할 수 없다. / 문화란 “어차피 평소에 하는 일을 조금 더 좋게 해 보자는 의식과 행동이다.” / 자유롭게 살아가는 좋은 시대다. 반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된 면도 있다. / 세련됨을 잘못 이해하고 뭐든 다 허용된다는 착각에 빠진다. /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당신의 인생에 의지할 곳이 있는가’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패션 트렌드나 그것을 표현하는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그것이 사라진 지금 무엇을 입으면 나다운지 알 수 없게 된 것처럼 말이다. / 살아가기 위한, 일상을 차분하게 지내기 위한 ‘나만의 축’을 지니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장소나 가게는 내 일부다. / 우리의 생활은 수많은 도구로 성립된다. 그리고 그 도구를 애정하며 꾸준히 사용하려면 역시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든 물건인지 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 디자인은 형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고방식이나 의지, 배려 등도 훌륭한 디자인이다. / 과한 디자인이라는 말은 다르게 표현하면 유행을 쫓는 디자인을 말한다. 전문가인 디자이너도 이 점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무언가와 비슷해진다. 그러면 그 비슷한 무언가와 차별점이 사라져 어딘지 ‘비슷한 물건이 넘쳐나는’ 상태가 된다. / 브랜드란 일하는 모든 사람의 별거 아닌 마음 씀씀이가 ‘찰싹찰싹’ 쌓인 상태를 말한다. / 전하고 만들 때는 지속과 소비를 확실하게 머릿속에 그리지 않으면 쓰레기가 된다. / 좋은 가게일수록 ‘손님’을 차별한다.


인간의 사정이란 정말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 그저 즐겁고 건강하게 일상을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 / 고르고 고른 것을 통한 환대 /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얻는 일은 귀중하다. 충실하게 살지 않으면 할 수 없으며 발견해 낼 수 없다. / 철학을 느낄 수 있다면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일하는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웬만한 일은 그 ‘철학’이 구해준다. /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볼품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철학이 있으면 그곳에 소속되어 일하는 자신에게도 굳건한 철학이 흐른다. 기업이나 집단에는 역시 ‘철학’이 중심에, 척추처럼 존재했으면 좋겠다 /청소하는 최대의 묘미는 ‘보이지 않는 장소를 깨끗하게 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일이다. / 사람은 누구나 안내자다.



4. 다음은 질문을 만나게 해 주었던 내용들이다.

돈은 없어도 문화 의식이 강하면 결과적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 무엇이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가?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담을 수 있겠는가?, 어떤 행동을 하면 ‘마음이 담겼다’고 여길 수 있겠는가?
▶ 나는 마음을 어떻게 담고 있는가? 나는 어떤 행동에서 마음을 느끼는가?


앞으로는 응원의 시대다.
▶ 나는 무엇을 응원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으로 응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칭찬받고 싶은가? 칭찬받고 싶은 일이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다.
▶ 나는 무엇을 칭찬받고 싶은가?


내일 방문할 친구를 위해 하는 청소는 즐겁다.

하고 싶은가, 하기 싫은가? 결국에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 무슨 일이든 왜 why 하는지가 중요하다. why에 따라 how와 what이 달라진다.


누구와 살 것인가? 함께 지내다 보면 혼자서는 보이지 않는 것, 발견할 수 없는 것을 서로 느끼고 발견한다. 혼자 발견하는 기쁨과 묘미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누구와 있냐에 따라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해도 견해나 느낌이 달라진다. 그것은 그것대로 깊어진다.
▶ 나는 어떤 사람과 살고 싶은가?


나는 이런 질문들이 참 좋다. 이런 질문을 건네고, 이런 질문에 답을 하며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 여긴다. 무엇이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난 생각과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다. 이러니 내가 책의 세계에 빠져 못 헤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랜만에 찐으로 책을 읽은 듯해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 읽느라 읽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독서 습관이 이래서인지 나는 몇 권의 책을 읽느냐 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징이다. 한 권의 읽더라도 (본인 기준) 제대로 읽으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독서 실태 조사에 독후 활동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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