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교적 최근이다. 8월 중순인가에 아주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보게 된 드라마, gto1998. 얼마나 반가웠던지! 상남 2인조부터 gto까지 영길이(오니즈카)의 오랜 팬으로 왠지 모르게 gto 드라마가 무척 반가웠다. 망설일 이유 없이 바로보기 시작했다.
평소 일드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 일드 부흥기? 때는 꽤 자주 봤었다.(저의 일드 부흥기는 아주 옛날이랍니다.) 꽃보다 남자, 아름다운 그대에게, 너는 펫, 도쿄독스, 그리고 제목을 알 수 없는 오구리 슌의 단편 드라마..까지 보다가 2년 전쯤에 '롱 베케이션'을 봤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일드를 그렇게 챙겨 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gto1998을 처음 틀었을 때, '뭐지? 이 조잡스러움과 오그라들음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드 특유의 그 깨발랄하고 우스꽝스러운 요소들이 있다. 그 요소들이 어떻게 보면 일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끔 항마력이 부족하면 중도 이탈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처음 본 오니즈카(영길이) 인상은.. 빼빼 마르고 거무죽죽한 남자가 나시티에 자켓만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티비에서 보이는 그의 팔뚝이 나의 종아리보다 가늘다. 여하튼 그랬다. 정이 안 가는 남주. 그러나 결과는? 완전 빠져버렸다.
상대역인 후유츠키(마츠시마 나나코 분)도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불량아로 나오는 학생들 모두가 개성 있어서 한 명 한 명 정이 갔다. 왜 gto1998이 당시 시청률 37%를 기록했는지 납득이 갔다. (물론 ott, 스마트폰,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pc가 없는 시대상도 한몫했겠지만) 여하튼 재밌었다. 그게 결론이다. 그래서 gto 리바이벌도 티빙에서 봤다 이거다!
그런데, gto1998을 보면 '뜨악. 저딴 게 드라마로 방영이 됐다고?'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당시 몰카나 약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드라마잖아~'로 치부해 그저 웃음 요소로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후유츠키 선생님을 몰래 촬영해 본인 동의 없이 여교사 콘테스트에 사진을 제출한 거라든지.. (나중에 잡지에 실려서 알게 됨) 아니면 신종 마약 같은 걸 술에 넣어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거나.. 이런 거 말이다.
언급한 것뿐 아니라 '저런 게... 방송에 나왔다고?'라고 생각되는 여러 내용이 다소 많이 나오는데,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겐 또 다른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정말 인식개선이 많이 된 시대구나,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겠고, 앞으로도 인식개선과 변화는 더 활발해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옛날 콘텐츠에서 '와, 이거 문제 있네.'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억지로 도려내려 하지 않고, 과감하게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틀렸어도, 지금은 틀리지 말자고 건네는 하나의 표식 같기도 하고. gto1998을 보면서 이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간이 생각났다.
나는 이렇게 틀렸으니까 이제는 더 이상 틀려선 안된다고. 어쩌면 두 작가의 안내는 경고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그들이 용기 있게 남겨둔 흔적을 보고 '와, 이거 개빻았다.'라고 읽을 수 있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276, 『펀치-어느 만화 편집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