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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n 30. 2022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히라마쓰 요코)


내가 사랑하는 음식 책. (요새 미쳐있는 음식 책ㅋㅋ) 외국 작가, 특히 일본 작가가 쓴 음식 에세이 책이 생각보다 시중에 많은데 내가 접해보지 못한 음식들이라 그런지 읽으면서 궁금한 점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식사예절을 중시하는데 먹는 음식마다 그에 맞는 예절이 있달까? '음식 하나 먹는 데 되게 복잡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음식이 가진 고유의 예절이라니 뭔가 재미있기도 하다. 


'혼밥'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처음에 후루룩 넘겨보고, '아 재밌겠네'라고 생각해서 빌려 온 책. 시간에 쫓겨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 방문, 앉아서 끝까지 읽은 책이다. 예상과 달리 작가의 혼밥 이야기가 아니고 각 음식 챕터마다 주인공이 따로 있다. 이전에 즐겨 읽었던 구스미 마사유키의 음식 에세이와 다르게 챕터별로 음식과 관련된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구스미처럼 작가 본인이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직업과 백그라운드, 그리고 감정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해 음식도 내용도 풍성하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래 맞아. 피곤할 때 먹는 뜨거운 수프라,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수긍하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아쉬운 점은 작가가 여자라서 그런지 주인공 모두가 여자다. 주인공의 성별, 그리고 연령대가 다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챕터마다 들어간 일러스트가 귀엽다. 다른 오브제에는 색이 없고, 오직 음식에만 색이 들어가 있는데 뭐든지 풍성하고 다채롭게 채워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나로서 '비움'에 대한 그림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 속에 있는 다양한 음식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도시락. 도시락에 대한 설명보다는, 챕터 속 주인공이 고급 백화점에서 봤다는 '계절 한정 도시락'이 궁금해졌다. 하나의 도시락에 계절별 제철 음식을 담은 일본 특유의 고급 도시락이 상상됐는데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그 맛이 무척 궁금해졌다. '계절을 담은 도시락'이라는 표현도 참 좋았고. 


구글링을 해보니 하단처럼 '봄' 한정 도시락이 검색됐다. 

'행운을 부르는 팔각형 상자에 봄을 한가득 넣은 도시락': 치라시스시와 죽순 밥, 육수가 듬뿍 스며든 조림이 고급스러운 맛을 연출하는 초 유명 노포 ‘나다만 츄보(なだ万厨房)’의 도시락입니다. 고기와 생선, 채소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여성이 좋아하는 디저트도 들어있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형형색색 다채로운 도시락입니다. 하루 15개 수량한정이므로 서둘러 구매하세요!


출처: IKIDANE NIPPON

아, 입맛이 다셔진다. 심지어 판매일도 정해져 있다. 소비세 포함하면 약 2만 3~4천 원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계절마다 나오는 '계절 음료'를 꼭 마셨다. 친한 친구는 나보고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지금보다 10배는 감성적이었던 예전의 나는 그렇게라도 지나가는 계절을 맛보고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잖아!'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도시락도 찾아보니 앞으로도 지나가는 계절을 맛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또 문득 든다. 일본 에세이 중에서도 음식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 다 읽으면 '어느 음식이 제일 좋았어요?'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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