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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Aug 28. 2023

잡동산이 다시 읽기

잡동산이챌린지 again - week 4 (230821~230827)


* 작성 글 내용은 인스타그램 @n0.date님의 활동지 제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은 평어로 쓰였습니다.





Day 22 | 8/21


* 꼼꼼히 읽기:


| 廻光返照(회광반조) 回:돌아올 회, 光:빛 광, 返:돌이킬 반, 照:비칠 조 - 바깥 사물에만 쏠리는 마음의 빛을 돌려 자기의 내면을 비추어 본다는 뜻.


* 오늘의 문장: 차분히 살펴보면 우리의 이목구비가 추구하는 욕망은 자신을 구속하는 형틀이고, 정욕이니 기호니 하는 물욕은 마음을 휘어잡는 기계임을 깨닫게 된다. 날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나에게 형틀과 기계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주문한다. (p.255)


->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형틀과 기계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하지 못하고는 또 차이가 있을 것 같아.


* 한 걸음 더:


1. | 하루의 활동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과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기 이전의 홀로 있는 시간은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말 정말 다시 읽어도 좋다. 지난번에 이 글 읽고 나서 써놨던 감상이야.


<자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또 일어나자마자 울려대는 휴대폰 알람을 끄며 밤 사이의 소식을 확인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자기 전에 휴대폰 대신 책을 읽기도 하는데 휴대폰 어플로 이북을 읽을 때면 자꾸 다른 곳으로 빠지게 돼서 결국 또 책 말고 다른 것들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때 잠들기 30분 전부터, 그리고 일어난 후 30분 동안 휴대폰 보지 않기 해보기로 했었는데 일어난 후는 잘 지켰는데 잠들기 전은 잘 안 됐어  잠들기 전에 필사를 하면 전자기기를 안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제 필사하면서 내 생각 정리를 해볼까 봐!


2. 나는 감정 일기를 매일 쓰는데, 아주 간단하게 표정을 선택하고 몇 줄 쓰는 정도로만 해도 내 감정을 돌아보면서 좋았던 건 기억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면서 하루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 나 자신의 마음에도 귀 기울이면서 내 진짜 감정을 살펴볼 수 있고. 감정 일기 추천해!




Day 23 | 8/22


* 꼼꼼히 읽기:


| 어떤 감정적 파고에 휘말리더라도 있는 힘껏 내일로 움직여 나아가는 김유담의 인물들은 우리 일상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김유담의 인물들이 꿈꾸는 새로운 가능성은 우리가 꿈꾸는 그것과 그리 멀지 않다. 그렇게 김유담의 소설은 현실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위로가 된다. 『돌보는 마음』을 따라 도착한 저마다의 결말에서 우리가 돌아보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곁’이다. 내 곁에서 나를 보살펴 준 사람들. 나를 보살핀 손길과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그 마음의 어제와 오늘을 잠잠히 가늠해 보게 된다. 오늘도 있는 힘껏 어디론가 움직여 나아가고 있을 가장 보통의 마음을.


| Q. 작가님이 생각하는 ‘돌보는 마음’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고, 때로는 삶의 모양을 바꾸고,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돌보는 행위는 분명 고되지만 그 안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아름답고 충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저처럼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돌보는 존재가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고, 반려식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연인이나 다른 가족이 될 수도 있지요. 또한 ‘돌보는 마음’이 일방에게만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 오늘의 문장: 희숙은 라디오 뉴스를 켰고, 액셀을 조금 더 힘주어 밟았다. 그들이 탄 차가 고속도로를 길게 뻗어 나갔다. 속도감을 느끼며 달리는 기분이 꽤 상쾌했다. 고속도로 운전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굳이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고 희숙은 생각했다. 태풍이 북상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될 예정이라는 뉴스가 교통방송에서 흘러나왔다. (p.266)


* 한 걸음 더:


1. 희숙은 어쩌면 명주가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고, 그래서 명주의 결혼, 그것도 성에 차지도 않는 결혼을 한 게 달갑지 않았던 것 같아. 예전엔 제멋대로 사는 시누이가 밉지만 부럽기도 했다는 부분을 보면 아마 명주가 어느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게 부러웠던 게 아닐까? 그런데 결혼을 하고, 심지어 나이 차도 있는 재산도 별로 없는 재혼남과 결혼하니 그 변화가 긍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겠지. 무엇보다도 결혼한 이유가 사랑도 아니고 ‘불쌍해서,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라니!!!!! 내 친동생이었으면 진짜 당장 집으로 데리고 왔을 거야 ㅡㅡ


2. 명주는 아마 오빠네 부부와 함께 살면서 겉보기엔 별 문제가 없는, 나름 화목해 보였던 그 집안의 풍경을 무의식 중에 흉내 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떤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정말로 자신이 봤고, 흔한 따뜻한 가정의 풍경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꾸민 거라고 생각했어.


3. 나는 ‘돌보는 마음’은 ‘나를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어. 희숙이 졸혼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더 이상 자신을 내어 줄 힘이 없어져서라고 생각했어. 나도 몇 년 전까지 주말마다 돌봄 노동에 시달렸거든. 더 이상 모두가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줄 수 없을 때쯤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는데, 희숙이 어떤 삶을 살았는진 모르지만 희숙도 도저히 자신을 더 내어줄 수 없어서 졸혼을 결심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봤어.


4. 나는 ‘태풍주의보’라는 제목이 앞으로 희숙이 맞이하게 될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였어. 마지막에 희숙이 고속도로를 달리며 ‘고속도로 운전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굳이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이야기가 끝나게 되는데, 나는 여기서 희숙이 아마 ‘졸혼’을 결심하고, 굳이 겁먹을 필요 없이 앞으로 나아가보자고 생각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 ‘태풍’은 아마도 졸혼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에서 남편과의 갈등을 암시하는 건 아닐까. 딱히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라고 했지만 생을 마감하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면 희숙도 결혼 생활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 홍식의 전처 이야기를 듣고 희숙도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었어. 그래서 혼자 사는 것도 할 만하겠구나, 굳이 겁먹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며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Day 24 | 8/23


* 꼼꼼히 읽기:


| 어딘가로 흘러들어 침투하는 건 일방향적이다. 바이러스나 독감은 우리 몸속으로 침투할 뿐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이 어원적 의미가 인풀루언서 현상을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닐까?


| 그런데 정말 팔로어에게 힘이 없을까? 쉽게 관찰되는 현상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소셜미디어 기업의 주식가치는 가입회원 (팔로어)의 수에 좌우된다. 인플루언서를 만드는 것도 팔로어 숫자다. 조회수에서 시작, 추천이나 좋아요 수를 거쳐 응집되는 팔로어 수는 오늘날 거의 모든 컨텐츠의 향방과 성공을 결정짓는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 팔로어가 힘이 없기는커녕 지나치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로 여겨질 지경이다.


| 팔로어의 힘은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유효한 숫자에서 나온다. 나의 팔로우-십은 유효한 거대수의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 오늘의 문장: 특히 넬슨의 하이퍼텍스트 시스템은 기존의 텍스트를 언제라도 고칠 수 있고, 또 다양한 텍스트를 동시에 불러내어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상되었다. 새로운 버전의 텍스트는 이전의 것과 함께 매번 저장될 수 있었다. 완전히 열린 구조를 지향한 이러한 모델은 아마도 바로 그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p.273)


-> 오픈소스가 이전보단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넬슨이 구상한 시스템이 아직까지도 한정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게 아쉬워. 열린 구조라는 통념과 달리 닫혀 있고 제한적인 월드와이드웹을 보니 한때 트위터에서 웃긴 짤로 떠돌던 ‘열림교회 닫힘’ 짤이 생각나서 가져와봤어 ㅋㅋ


* 한 걸음 더:


1. 가장 작은 꼭지별로 내용을 요약해 봅시다.


- 매체에 대한 우리의 기대

: 나와 너 사이에 무언가가 수신되거나 송신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저장하고 다시 재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의 매체를 반드시 필요로 하고, 우리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아와 비아 간의 성공적이며 상호 평등한 소통을 기대하지만, 실상 이를 실현시켜 주었다고 평가받는 매체는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없었음


-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

: 신자유주의와 IT혁명이 결합된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가 선포되고 평등해 보이는 횡적인 전자 네트워크가 실현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낙관이 있었으나 인터넷 세상은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가 그렸던 장밋빛 환상과는 많은 거리가 있었고 디지털 네트워크는 구조적으로 열려 있지 않았음


- 닫힌 구조와 보호 모드

: 월드와이드웹은 검색의 편리성과 정보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닫힌 구조를 지향하고 이것은 일반적으로 전자 미디어가 '열린 구조'를 가졌다는 통념에 상반되고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발전 방향은 ‘보호 모드’라는 용어로 요약됨


- 그리고 다시, 소셜미디어로

: 소셜미디어는 나무 구조를 가졌고, 결절점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위계적 구조임


2. 지난번에 읽을 때 이 글의 주장에 공감이 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좀 더 긍정적으로 읽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나는 글쓴이의 생각과는 다른 입장이야. ’팔로어에게 힘이 없다‘, ‘인플루언서는 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 무슨 말인진 알겠지만 완전히 동의할 순 없었어. 어쨌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팔로어에서 나오는 거고,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인플루언서도 소통이 없인 팔로어 규모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팔로어에게서 정보의 흐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공감이 되지 않았고.


| 깨달음이 ‘늘 한 박자 늦게 출현’하는 건 맞지만 중요한 건 그 늦은 한 박자가 출현하는 시기다. 1990년대 출현한 월드와이드웹과 이제 불과 10년 차인 소셜미디어의 현재만을 놓고 ‘상호 평등한 소통도구는 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해 보인다.


올려준 링크에서 이 부분이 공감이 돼서 가져왔어. 상호 평등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Day 25 | 8/24


* 꼼꼼히 읽기:


| 책 제목 ‘꼭대기의 수줍음’은 높이 자란 나무들이 맨 아래의 식물들까지 빛을 볼 수 있도록 가지와 가지 사이에 틈을 벌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나무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유계영 시인의 시선을 닮았다. 큰 나무 사이로 스민 빛 덕분에 작은 풀들이 자라날 수 있듯, 시인의 시선은 삶의 작은 기척들이 한 편의 글로 쓰일 때까지 오래 살핀다. 『꼭대기의 수줍음』은 그렇게 완성된 글들의 첫 번째 화원이다.


|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과, 시간을 넘어 오래 기록될 문학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매일 묵묵히 쓰는 어떤 것, 그것은 시이고 소설이고 일기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무심히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집요하게 문학을 발견해 내는 작가들에 의해 우리 시대의 문학은 쓰이고 있으며, 그것들은 시간을 이기고 영원에 가깝게 살 것입니다.


| 시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 합의된 적 없다면, 제가 가고 싶은 시의 방향은 극복과 성장 쪽이 아니라 찰나들의 수에 빠지는 쪽에 가깝다는 거죠. 불현듯 모인 메모들을 어떻게 하나의 접시에 담느냐가 늘 문제예요. 명확하게 모이는 주제 의식이 없을지라도 각각의 실감을 맞붙여 보면서 읽는 이에게 좀 더 선명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담아 보는 거예요.


-> 잡동산이 읽으면서 만나게 된 매일과 영원 글들이 너무 좋아 ㅎㅎ 에세이들을 읽다 보니 문학하는 사람들의 에세이가 더 내 취향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어! 같이 올려준 북토크도 천천히 볼게 고마워~!


* 오늘의 문장: 그러나 조그맣게 찢은 교과서 모서리에 할 말이 끓어 넘칠수록 나와 당신은 멀어졌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말이 필요한 사이가 되었고 무한히 말할 수 없었으므로 무한히 침묵하는 쪽을 선택했다. 당신과 내가, 우리에게 주어진 칸을 꽉 채우다 그만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 (p.278-279)


-> 정말 친하면 같이 있을 때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함 없이 편안하잖아. 말없이 서로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간파하고 챙겨주는 사이. 점점 더 많은 말이 필요하다는 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거고, 그래서 무한히 말할 수 없어 무한히 침묵하는 것, 그리고 그 침묵을 넘어 헤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어. 나는 대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관계에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


* 한 걸음 더:


나는 일기에 그날 있었던 일과 감정을 함께 적는 편이고, 그 외에 문득 떠올랐던 생각이나 느낌 같은 것도 적어서 시인이 사실이나 있었던 일,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적지 않는다고 해서 신기했어! 나는 기록할 때 내가 뭘 했고, 어디를 갔고,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등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메모장도 엄청 유용하게 쓰는데 요즘에는 아이폰의 미리 알림 어플을 엄청 잘 사용하고 있어 ㅎㅎ 스케줄 관리에 아주 유용하더라고!




Day 26 | 8/25


* 꼼꼼히 읽기:


| 물질과 정신,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특징으로 하는 상징주의는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인간의 오감이 서로 교감하여 추억과 몽상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 특히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성하기 위한 그야말로 ‘은둔’의 세월이었다. 이렇듯 그의 실제 체험은 한정적이었을지 모르나, 예민한 관찰력과 예술에 대한 헌신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 즉 한때의 시공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냈다. 그에게 예술이란 사랑과 같은 의미였다. “프루스트는 메타포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에게 음악은 절정에 한 번 도달하면 추락하여 중단되는 것이다. 사랑도 절정과 반복을 가졌기에 음악의 메타포가 통한다.”(「작품에 대하여」에서)


|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바다를 프루스트는 오히려 더 순수하고 순결하며, 섬세하다 여겼다. 우리는 사랑할 때 일종의 환상에 빠진다. 실연의 상처보다 다가올 황홀한 사랑을 상상한다. 그 환상이 과거 사랑(의 흔적을 망각케 한다. 사랑의 흔적을 꽁꽁 숨겨둔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순수하고 순결하고 섬세한 사람이 누구인가? 프루스트에 따르면 새롭게 사랑하는 자가 가장 순수한 자다. —김동훈(서양고전학자), 「작품에 대하여」에서


| 다시 이 서정적인 산문시집의 제목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으로 돌아가 보자. 이 시집의 원제를 직역하면 ‘회한,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인데, 이 ‘회한’이란 사랑의 상상이 꿈속에 머무르지 않은 채 현실에 접촉한 연후에만, 그리고 나서 시간이 마법을 걸만큼 한참 흘러야만 일어나는 감정이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사랑이란 현실에 닿으면 영원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사랑은 시간이 흘러 결국 ‘회한’의 감정으로 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민음사 리뷰


-> 꼼꼼히 읽기를 읽으면서 이 시집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 함께 언급된 시인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읽어보는 것도 살포시 추천해 볼게!


* 오늘의 문장: 욕망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꽃피우지만, 일단 소유하게 되면 모든게 시들해진다. (p.283)


* 한 걸음 더:


1. 다 읽은 후에 나의 한결같음에 웃음이 나왔어 ㅋㅋㅋ 지난번에 읽을 때는 밑줄을 안 치고 좋았던 문장을 필사해 두었는데 이번에 밑줄 친 부분과 비교했더니 지난번에 필사한 문장이랑 100% 똑같더라 ㅋㅋㅋ


공감이 되는 부분도,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소유와 욕망, 현실과 환상의 간극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나는 이 시가 마음에 들었어.


2. 지난번에 읽을 때 썼던 글을 가져와봤어!


| 자신의 환상 속에서 고도로 완벽해진 애인을 실제로 만난다는 이런 최상의 순간 이후에, 그는 자신이 그토록 매달리던 절대성과 이런 현실의 불완전함 사이의 격차에 절망하여 창을 넘어 투신했던 것이다.


[위에 쓴 문장이 좋았다. 호감이 있거나 짝사랑하고 있던 상대가 있는데 상대도 내가 좋다고 해서 만나게 된 이후에 뭔가 마음이 시들해지는 경험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경험하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까 내 환상 속에서 그리던 그 사람이 실제와는 좀 다를 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고, 단지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랑 다른 것뿐인데, 그냥 그 과정에서 실망해 버리는 거다. 어쩌면 맨 초반에 나온 것처럼 ‘욕망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꽃피우지만, 일단 소유하게 되면 모든 게 시들해‘지기 때문일 지도 모르고.]


3. 사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안타까웠어.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호감을 표했었기 때문에 정말 사랑해서 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도 그 남자가 언젠가는 다시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고 있었던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어.




Day 27 | 8/26


* 꼼꼼히 읽기:


| 모파상이 다루는 소재들은 모두 양가적 속성을 지니나, 이는 역설을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인식 자체다. 모파상 문학 속 삶은 값지고 애틋하나,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 여하와 관계없이 급변하고 인간을 괴롭히거나 죽음으로 내몬다.


-> 「목걸이」로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궁금해서 모파상 단편집을 읽었었는데, 「달빛」이랑 「비곗덩어리」가 특히 기억에 남아. 오늘 읽은 작품이 좋았다면 모파상 단편집 읽어보는 거 추천할게! 출판사마다 수록 작품이 달라서 번역 골라서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ㅎㅎ


* 오늘의 문장: 혼자가 될 때마다 희망의 꿈속을 헤맬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결코 외롭거나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비통하지 않을 터다. (p.288)


* 한 걸음 더:


1. 다른 지역이든 다른 나라든 어딘가로 여행을 가게 되면 내가 익숙하게 보고 듣던 것들과 조금 혹은 전혀 다른 낯선 것들을 마주하게 되곤 하잖아. 그곳의 사람들에겐 일상의 풍경이 나에게는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지니까 여행의 기억이 소중하고 강렬하게 기억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런 순간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해봐서 이 문장이 매우 공감됐어.


2. 원래 내 것이 아니어도 내 것인 것처럼 상상할 때 재미를 느끼는 편이라서 이 모습에서의 주인공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어 ㅋㅋ


3. 사진만 보고 자신이 꿈속에서 그리던 그 사람이라면서 사랑에 빠져버리는 거, 그리고 그녀를 찾아서 행복하게 해 줄 거라 확신하는 거, 나는 어쩐지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어 ㅋㅋ 그렇다고 여자가 투르넬 씨와 헤어졌으니까 자신의 차례가 왔고, 그녀를 ’꼭‘ 만나게 될 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을 품고 있는 화자가 신기하기도 해 ㅋㅋ 어떻게 저런 긍정적인 믿음을….?




Day 28 | 8/27


* 꼼꼼히 읽기:


| 우리 인생에서 대학 시절은 비교적 돈벌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다. 사회에 나가서도 지성인으로서 갖춘 ‘교양’은 주로 이때 축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대학이 ‘쓸모 없는 공부’를 가르친다는 회의가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저자는 “대학에서 공부를 통해 한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 저자는 “자신을 다독여 가며 단련시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교양을 통해 분별력을 갖춘 개인이 많아지면 세상도 더 나은 곳으로 변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 이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 링크 걸어준 노래와 함께 글을 읽었는데 정말 좋다 ㅎㅎ 고마워!


* 오늘의 문장: 그 낡고 허름한 지상의 강의실에서 우리는 천상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고, 그 언어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에게 삶의 잉여였지만 분명 '위안’이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쓸모'를 요구하지만 유용한 것만이 반드시 의미 있지는 않으며 실용만이 답은 아니라는 그런, 위로. (p.299)


* 한 걸음 더:


1. 고등학교 때 뜬금없이 방과 후 수업으로 러시아에 관한 수업을 들었던 게 기억난다 ㅋㅋㅋ 사실 정말 재미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진 않은데 나는 즐겁게, 재미있게,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공부할 때 되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경험이기도 해!


2. 대학이 ‘쓸모 없는 공부’를 가르친다는 이들도 있지만,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 쓸모가 없는 공부라는 말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는데 단 하나의 아주 작은 깨달음도 얻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어떤 사람이 봤을 땐 전혀 쓸데없어 보이는 그런 것도 누군가에겐 굉장히 소중할 수 있듯, 세상의 기준에선 쓸모가 없을지라도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그건 나에게 쓸모가 있는 일이니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보는 게 좋은 것 같아. 할까 말까 할 땐 하는 쪽이 후회가 덜 남기도 하고.


요즘엔 대학교가 취업을 위한 발판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워. 워낙 대학 진학률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하지만 대학교에서 정말 다양한 수업을 수강하며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면 쓸모없는 공부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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