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30830~230831)
(*티저북 다음 부분부터의 리뷰입니다.)
(23/08/31) 찬은 지오가 자신의 아픔도 알아주길 바라며 자신을 걱정해 주길 바라고, 속마음을 들을 수 없는 유일한 사람 지오에게 지금껏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찬도 어렸지만, 새별도 어렸던 그때. 마을 사람들이 없던 일로 덮어두자고 한다 한들 찬에게는 다시는 없던 일이 될 수 없는 상실인데. 마을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찬이 새별을 용서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아이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새별이의 잘못을 감싸줬던 것처럼, 찬의 마음을 보듬어준 어른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후 소중한 게 생겨도 또 잃을까 겁을 내는 찬이 안쓰러웠다.
어린 엄마와 자신을 버렸다고만 생각했던 지오의 아빠의 이야기도 아버지의 죽마고우인 유도 코치님을 통해 풀리게 된다. 유도를 포기할 정도로 지오의 엄마를 소중히 여겼지만, 결국 지오의 엄마도, 유도도 잃은 지오의 아빠. 선택의 순간은 너무나 짧고, 또 그 결과는 언제나 옳지는 않으며,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한다.
찬은 소중한 마음을 지오에게 주는 순간 지오도 잃게 될까 두려워 애써 지오를 밀어내지만, 무너질 걸 미리 두려워하던 아이 지오는 관계를 처음부터 튼튼히, 천천히 다시 쌓기로 하고 찬에게 손을 내민다.
“그럼 지랄이지. 이래라저래라 네 마음대로 하잖아. 가까워지든 멀어지든 내 마음대로 할 거거든? 지금은 가까워질 거고."
이상하다. 가까워지겠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멀어지지 않겠다는 그 말이 나를 안심하게 만든다. (p.155)
그리고 지오는 지금껏 마을 사람들이 찬에게 숨겨왔던 또 다른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 그러니까 너는 부모님에게서 지켜진 아이가 아니라 모두에 의해서 지켜진, 모두가 살린 아이야.”
(...)
"(...) 그날 온 마을 사람들이 널 지켰던 것처럼 이제 내가 너 지켜 주겠다고. 이 말이 하고 싶었어.” (p.157-158)
'누군가를 지키는 데 필요한 건 자격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 지오도, 찬도, 지오와 찬의 부모님도, 그리고 새별과 주유,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각자의 마음을 담아 서로를 지키고 싶어 했던 게 아닐까. 그 진심이 비록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하는 선택이 항상 옳지는 않더라도, 그 마음까지 옳지 않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 속마음을 듣는 사람일지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 지오와 찬은 뜨거운 이 여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
아저씨를 아빠라고 처음 불러 본 지오도, 새별을 용서하게 된 찬도, 마음의 평안을 찾은 듯하다. 여름을 싫어하는 찬을 위해 기꺼이 여름을 한 입 먹어주는 지오.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할 모든 계절 중 가장 찬란하고 벅찬 여름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그냥 알 것 같았다. 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내가 겪은 여름 중 가장 찬란하고 벅찬 여름이 될 거라는 걸.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었다. (p.187)
(*출판사 티저북 서평단 후 우수서평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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