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핀시리즈 시인선 048 (231013~231027)
손을 씻는다 / 그렇게 시작한다 이야기는 / 사실의 끝이고 / 끝에서 시작하니까
/ 「이야기—水紋」 (p.29)
(23/10/27) 주위에 아무도 없고,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대답하지 않고, 할 말이 없고. 그럼에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고.
하나의 삶이라는 이야기가 태어나는 동시에 어떤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새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화자는 ‘이야기는 사실의 끝이고,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p.29)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행 불행 기쁨 슬픔 기억 망각 삶 죽음 같은 모든 일의 순서’는 불현듯, 때로는 한꺼번에 찾아오는(p.46) 것이지 차례대로, 차근차근 찾아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마르지 않고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뒤의 이야기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끌어올리기에‘(p.116-117) 마침내 ‘남아 있는 이야기가 없을 때’ 우리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p.117) 안희연 시인의 시 「우리는 모두 한 권의 죽음이 되어 간다」가 떠오른다.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하면, 우리는 앞에서 뒤로 이야기를 계속 끌어올리며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각자 한 권의 책을 써 내려가며 살고 있는 것.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또 이 이야기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끌어올려질까. 나의 이야기의 끝은 어떤 시작이 될까.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시집이었다.
———······———······———
| 방문을 소리 내어 닫은 그날 밤 나는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괴롭히는 것도 같은 느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슬픈 소리 마침내 떠나갈 때 떠나가는 것이 내는 기척
/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p.31-32)
| 행 불행 기쁨 슬픔 기억 망각 삶 죽음 모든 일의 순서는 불현듯 찾아와 이어지지 않았다
/ 「이야기—떨어진 것은 동전이다 그것은 좁은 소리를 따라 굴러갔으며 동그랗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p.46)
| 그러니 나는 귀를 보고만 있다. 슬플 만큼이나 어쩔 수 없이.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귀는 평온해 보인다. 창문으로 비껴드는 사월 만월 빛에 젖어서. 귀는 소리 없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만히 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으려 한다. 누가 나를 부른 것도 같지만, 귀는 아닐 것이다. 귀는 듣는다. 귀는 말하지 않는다.
/ 「이야기—사월 만월」 (p.52)
| 늘 그렇듯 문제는 사랑 때문에 생긴다. 癡情의 결말. 운다고 해결될 리 없는데.
/ 「이야기—밤의 운동장」 (p.56)
| 그러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다.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뒤의 이야기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끌어올린다.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나는 죽음에 이를 것이다. 죽음은 남아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뜻이다.
/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 (p.116-117)
| 그것은 한 이야기의 첫날이고 어떤 이야기의 종점이다. 당장은 지금, 지금의 일이지만.
/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 (p.118)
———······———······———
* 좋았던 시
I
「이야기—원형」
「이야기—겨울밤 토끼 걱정」 *
「이야기—겨울의 모자」
「이야기—너는 단지 네 불행만을 알 뿐이다」
「이야기—금」
「이야기—피를로에 대하여」
「이야기—우리 모두 우리가 가진 특별한 모습의 희생자다」
「이야기—차선 긋는 사람들」
「이야기—水紋」 *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이야기—손바닥만 한 사진 한 장」
「이야기—지독하게 추웠던 어느 밤」
「토끼와 고슴도치—이야기」
「이야기—떨어진 것은 동전이다 그것은 좁은 소리를 따라 굴러갔으며 동그랗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
II
「이야기—사월 만월」 *
「이야기—확장」
「이야기—밤의 운동장」 *
「이야기—한밤의 택시」
「이야기—대가」
「이야기—그것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 *
「이야기—겨울 숲의 이야기들」
「이야기—만단정회萬端情懷」 *
「이야기—해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