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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Oct 27. 2023

유희경 시인과 함께 하는 핀사단

필사 세 번째 시: 「토끼와 고슴도치—이야기」



유희경, 『겨울밤 토끼 걱정』


주의를 들은 마음이 된다면 마음의 경계는 어디쯤 긋는 것이 적당한 것일까 끝을 집고 접어도 반듯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베레모를 쓴 토끼와 중절모를 쓴 고슴도치가 그려진 손수건을 내려놓으면서 너를 본다 너는 보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어디쯤인지 어디까지인지, 그런 것은 미처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해야 할 것이다
/ 「토끼와 고슴도치—이야기」 (p.45)


(23/10/27) 유희경 시인과 함께 하는 핀사단 필사 마지막 시는 「토끼와 고슴도치—이야기」이다.


  베레모를 쓴 토끼와 중절모를 쓴 고슴도치. 둘은 아예 다른 존재 같지만, 어떨 때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도 하고, 때론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듯하다.


  내가 되었다가 네가 되었다가 다시 내가 되기도 하는 토끼. 내가 토끼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고슴도치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 어쩌면 사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나와 너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과 의심. 그리고 변심.


  종이에 필사를 하다 보니 단어 하나, 구절 하나를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시를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겨울로 넘어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이 시집을 읽었는데 아주 추운 겨울밤에 다시 한번 꺼내 들어 읽고 싶은 시집이다.


(*현대문학 핀사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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