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핀시리즈 소설선 048 (231027~231028)
삶의 자극점을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작품해설, p.127)
| 첫 문장: 지수는 서른여섯 살이었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p.9)
(23/11/06)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가장 사랑할 수도, 또 가장 미워할 수도 있는 게 가족 아닐까. 지수가 몸의 건강을 단련하며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p.69)는 감각을 깨우치며 마음의 건강까지 단련해 가는 과정에서 가족이라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내버려 두고 억지로 노력하려 하지 않으며, 독립까지 이뤄내는 걸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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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을 배운지 겨우 한 달 반이었지만, 지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수의 몸이 변화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매일 새벽 지수를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감각이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p.69)
| 지수는 영애 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의미 없었다. 지수와 미수가 다투면, 영애 씨는 절대 끼어들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두었다. 마치 영애 씨는 지수가 제 풀에 지쳐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어차피 영애 씨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수가 먼저 포기할 거라는 걸. 그네를 쉽게 포기하는 아이. 높이 올라가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 누군가의 고집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간단히 접는 아이.) 이번에도 영애 씨는 말이 없었다. 지수가 쉽게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지수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은 피해의식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런 감정을 느 낀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아닌가?) 지수는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지수는 시들어가는 식물이 아니었다. 설사, 시들어간다고 해도, 베란다 한구석에 계속 처박혀 있고 싶지는 않았다. 지수는 빛이 필요했다. 빛을 원했다. (p.89)
| 미수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지수는 기대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수와는 평생 이런 관계로 살아갈 지도 몰랐다. 지수는 가족을 사랑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정하건데) 그들을 진심으로 미워했다. 지수는 이 마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p.114)
| 하지만 지수는 금세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 중요한 건 상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받침대에 무릎을 대고 섰다. 양팔을 기구에 걸었다. 힘을 줘서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래, 이제 올라가면 된다. 올라갈 것이다. 지수는 등의 움직임과 느낌에 집중했다. 천천히,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별로 무섭지 않았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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