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북스 (e-book, 231027~231107)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 작가의 말
(23/11/08)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출판사 서평)을 이야기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지하 도시라는 ‘닫힌 세계’에서도 친구들은 스페이스 스카이에 모여 함께 인공별을 구경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자고 약속하기도 하는 등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이들이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책임과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여섯 친구들은 많은 좌절과 절망을 마주하게 된다.
슬프고 절망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늘의 세상에서 『이끼숲』은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를 지키고 구하고자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구하는 일이 살리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구한다’는 건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하 세계를 벗어나 지상을 향해 내디딘 한 걸음. 그리고 새로운 모험의 시작. 함께 있지 않아도, 모두가 잊어도 내가 기억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은 함께라는 것. 이끼처럼 마음의 틈새를 가득 채운 사랑의 온기가 너무나도 따스하다.
| 어떤 두려움도 없이 뻗어나가는 걸음마다 피어오르는 사랑이 마음의 틈새를 가득 채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끼가 자라듯.
/ 해설 | 소유정, ‘닫힌 세계’ 너머를 그려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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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눈」 *
: 너무 아프게 깨달아버린 첫사랑과 세상의 무서움
| “내가 여기를 나가는 건 도망이겠지? 모험은 될 수 없을 거야.”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아니라고 단번에 말해주지 못했다. 마르코는 그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근데 도망쳐봤자 지상에 닿기도 전에 몸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이 땅 안에 너무 익숙해져서, 바깥에 나가자마자 펑, 터져버릴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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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늪」
: 추방된 곳에서조차 소외된 이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
| 의주야, 나는 비밀일까? 비밀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것을 숨기거나 감추는 거잖아. 까발려졌을 때 잃거나, 뒤틀리거나, 잘못되거나 나아가는 게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근데 나를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비밀이 될 수 없어. 나를 숨김으로써 지키고 있는 것이 없고, 내가 까발려진다고 해서 잃는 것이 없잖니. 나는 제로잖아. 카운트되지 않는 존재. 이미 죽었는데 또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는 비밀이라기보다 덜 지워진 자국인 거지. 안 지우고 감춘 게 아니라 지웠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초라하게 남아버린 찌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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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
: 슬픔을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 소마, 나는 우리가 이끼였으면 좋겠어.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바위틈에도 살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살고 멸망한 도시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잖아. 고귀할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 햇빛을 많이 보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물을 마시지 못해 메마를 일도 없게. 그렇게 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시시하겠지만 조금 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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