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240215~240216)
* 별점: 4.0
* 한줄평: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
* 키워드: 재난 | 아포칼립스 | 바이러스 | 인간 | 죽음 | 이별 | 불행 | 상처 | 마음 | 삶 | 꿈 | 희망 | 기적 | 가족 | 사랑
* 추천: 폐허가 된 세상에서도 살아남은 사랑이 궁금한 사람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 작가의 말 (p.192)
| 첫 문장: 당신은 한국을 아는가? (프롤로그, p.9)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Ma rendi pur cont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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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16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를 읽었어요. 정체 모를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버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사랑’을 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 최진영 작가님의 담담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을 좋아해요. 이 책에서도 그런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다른 최진영 작가님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좋았어요. 도리와 미소, 지나와 건지, 그리고 류. ‘사람이 사람 같지 않아’ 희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끔찍한 재앙의 한가운데에서도 그들은 사랑을 하고, 사람답고 싶어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자 하고,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끝없이 걸어갑니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p.18)하려는 이들. ‘서로를 지금 그대로 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쌓을 수’(p.40) 있다고 믿는 이들. 이들이 보여주는 마음과 사랑은 ‘우리가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도리였어요. 도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소를 지키려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에게도 도리처럼 절대 홀로 남겨 두지 않고 살아남아 지키고 싶은 미소 같은 사람이 있고, 만약 이 소설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사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도리에게 가장 감정을 이입해서 읽었어요.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분들은 어떤 인물에 가장 마음이 갔는지도 궁금하네요.
* ‘작가의 말’과 해설도 정말 좋았습니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이라는 문장이 이 책의 여운을 더 짙게 만들어주었어요. 작년 민음북클럽 선택 도서는 세계문학 위주로 골랐었는데 올해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 미루지 말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제일 와닿았던 말들인데요. 전자는 당장 실천하기 어려워도 후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미루지 말고 사랑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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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희망은 내가 움직여야 닿을 수 있는 대륙이 아니라 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가 태양을 돌다 보면 나타나는 밝고 따뜻한 계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살아서 그 계절을 맞이하는 것뿐인지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겠지. 희망은 시간처럼 머무르지 않고 오고 가는 것. (p.23)
| 그래서 난 더더욱 불행을 닮아 가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업신여기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나 삶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어떤 잘못이나 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는 엄마의 죽음도 나의 삶도 견뎌 낼 수 없다. (p.37)
| 나는 도리의 상처를 모르고 도리는 나의 상처를 모르고, 그러니까 서로를 지금 그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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