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의 이야기일 뿐일지 몰라도
이 글에 들어가기 앞서 짧게나마 나에 대해 적어본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다. 문학 말고도 여러 글을 쓴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웹소설을 연재한다. (실제로 출간해 본 적은 없지만) 에세이도 쓴다. 일기나 데스노트도. 나는 쓰는 일을 사랑한다. 쓰는 일을 증오한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차근차근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내 감정을 어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의 부제는 '오로지 나의 이야기일 뿐일지 몰라도'이다. 제목보다 부제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 건 오랜만이라 기분이 미묘하다. 제목과 부제를 바꾸고 싶지는 않아서 그대로 놔둔다. 부제처럼 내 이야기는 오로지 나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여러분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어쩌면 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긴 이야기를 늘어놓아 본다.
'그래도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나는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라. 힘들지언정 괴롭지는 않을 것 같아서.' 실제로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더 길고 견디기 어려울 만큼 짜증스러운 단어의 연속이지만 간추려서 써본다. 글을 쓰고 난 뒤에,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사회에 나갈 수 있게 된 뒤에 많은 이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는 내가 부럽다고.
이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을 온전히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글을 써온 오랜 시간 내내 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은 질문이었다.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아니었다. 써야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너무 길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서 여러분에게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그 이유에 대해 쓸 수 있길 바란다. 구구절절, 어쩌면 문장의 연속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다른 글 쓰는 사람들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저 사람은 나보다 글을 사랑할 거라고, 내가 글을 사랑하는 건 아주 작고 가냘프고 왜소한 마음이라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이렇게 아프구나, 하고 생각한다.
쓰는 일을 온전히 사랑하고 싶다. 이건 내 인생의 목표다. 쓰는 일을 사랑하는 것. 적어도 이 일을 평생 할 거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어서, 차라리 이 고통스러운 일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한다. 글을 쓴다는 건 사랑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일이라고 늦었지만 이제야 생각한다.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간혹 주변에서 들려올 때면 심장이 철렁한다. 이 일을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너는 평생 글을 저주하면서 살게 될 거라고 누군가가 선고를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다.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마침내 어떤 것을 완벽히 사랑하게 된다. 흡사 최면과 같은 일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는 이것을 사랑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순간 진정으로 그것을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에게는 책이 그랬고 많은 소설가들이 그랬다. 벚꽃과 화장, 아메리카노, 향수를 수집하는 일, 어느 배우의 눈동자가 그랬다. 엄마가 그랬고 아빠가 그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밖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의 막내 동생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침내 글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미워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적어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